[지금 정부에선…] 연일 목소리 높이는 高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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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총리가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호주제 폐지에 제동을 걸었다.
고 총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연일 청와대와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취하고 있어 이미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후의 진로를 정하고 '마음 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 총리는 이날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림 등 보수층과 여성계 등 진보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의 의결을 보류시켰다.
고 총리는 정상명 법무차관이 개정안을 보고하자 "중요한 법안이니 충분한 토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음 국무회의 때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하자"고 심의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대해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차관 회의를 통과했으므로 심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고 총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는 달리 자신의 본래 목소리를 낸 것이어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무색무취'로 일컬어지는 고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21일에는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이 국정난맥상의 책임론을 제기하자 "노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 정부의 책임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0일에는 "노 대통령의 친서가 미국에 간 것으로 안다"는 등의 답변을 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고 총리가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과 국민투표 후 12월 개각 방침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방적으로 결정ㆍ발표돼 마음이 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고 총리의 이런 행보를 대권에 연결시켜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대권을 꿈꾸며 결단력 있고 과감하고 소신 있는 총리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 '면모 일신'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고 총리는 절대 선을 넘지 않는 신중함이 체화돼 있는 분"이라며 "답변도 국회의원들이 다그쳐서 마지못해 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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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건 총리의 최근 발언 ]
(노 대통령의 언론 관련 발언에 대해) 나라면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10월17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새로운 국정운영 시스템의 출발을 위해 내각 개편을 신중히 검토해 (대통령에게) 건의할 용의가 있다. (10월20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국정난맥은) 노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 정부의 책임이라고 느끼고 있다. (10월21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