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현금수송차량도난 사건의 범인이 검거됐다. 범인은 도난 당한 현금수송차량이 발견된 포항시 남구 연일읍 유강리 대림 3차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로 위에 살고 있는 주민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22일 오후 7시께 포항시 남구 청림동 소재 모 업체 직원 이모(39.노조 간부)씨를 회사 앞에서 검거, 특수 절도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범죄사실을 자백한 이씨로부터 도난 당했던 현금 중 2억4천400만원을 회수했다. 이씨는 그러나 5천만원은 이미 개인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2개월 전 볼일을 보고 귀가하던 중 우연히 현금수송차량을 발견, 범행을 결심하고 망치와 나무막대기 등을 구입해 예행 연습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9시12분께 자택 부근에서 경비원들이 현금수송차량에서 모두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치로 유리창을 깬 뒤 차량을 몰고 자신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도주했다. 이씨는 범행 직후 지하주차장에서 돈을 가져나와 곧바로 이 아파트 10층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이씨는 잠시 뒤 훔친 돈을 또다른 가방에 담아나와 5천만원은 카드빚을 갚고 나머지는 마대자루에 담아 자신이 다니는 회사 창고에 보관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4년여 전부터 7천여만원으로 시작한 주식투자에 실패, 카드 6개로 돌려막기를 하다 빚이 1억 2천여만원에 이르러 이를 갚기 위해 단독으로 범행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가 자신의 말대로 단독으로 범행을 했는지 혹은 공범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이씨를 상대로 지난 달 대전에서 발생한 사건과의 연관성을 캐고 있으나 범행 수법이 달라 일단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이던 중 사건 당일 시간대에 어떤 사람이 주황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지하 주차장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목격한 인근 주민의 제보를 받고 수사를 벌인 끝에 문제의 트레이닝복이 이씨가 다니는 회사 노조에서 3년 전 체육복으로 단체 구매한 사실을 밝혀내고 추가 수사를 벌여 이씨를 검거하게 됐다. 경찰은 조사가 끝나는대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포항=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