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변한다] 군살 '확' 뺐다 ‥ 점진적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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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변신하고 있다.
'공기업=고비용 저효율'이란 전통적 등식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에 필적하는 효율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몸놀림이 빨라졌다.
변신의 키워드는 삼성 LG GE IBM 도요타 등 국내외 초우량 민간기업들을 벤치마킹한 조직혁신과 신사업 추진.
이같은 변신 노력은 서서히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업들의 노동생산성과 자본생산성은 1998년에 비해 7∼9%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고객만족도 측면에서 볼 때도 공기업은 국가 전체 차원의 종합고객만족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신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에 대한 여전한 관치(官治) 인사와 이에 따른 전문경영인 체제의 미흡, 공기업 특유의 느슨한 조직관리 등은 아직 온전하게 해결되지 못한 채 해묵은 '숙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 인력감축 예산절감 통한 슬림화
기획예산처의 상반기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 실적 점검 결과에 따르면 공기업들은 5백개 경영혁신 과제를 완료, 목표과제수 3백69개에 비해 35.5%나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감축 자산매각 민간위탁 및 예산절감 등은 연간 목표의 70%를 초과 달성했고 전자조달 등을 통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도 44.5%를 초과 달성했다.
인사관리 시스템은 민간기업 수준으로 변화됐다.
성과관리시스템 다면평가 목표관리제 연봉제 경영계약제 등에서 공기업들은 연간목표의 46∼71%를 이미 달성했다.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이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도로공사는 금리스와프와 공공자금 조기 상환, 인터넷공모 사채 발행 등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해 총 42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한국전력은 강릉전력소 등 불용사옥 부지 및 건물 매각을 통해 2백79억원, 고철 및 폐변압기 등 불용품 매각 등 자산매각 작업을 통해 총 1천6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도 8백52명의 외부기술자문위원 풀을 운영, 기술평가업무의 외부 위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직 혁신을 꾀하고 있다.
기술신보는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에 육박하는 총 1천85건의 기술평가 업무를 외부에 위탁했다.
◆ 신사업 발굴 적극 나선다
공기업들은 경영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를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자산관리공사(KAMCO)는 해외사업과 부동산사업의 확대, 개인 부실채권 처리 업무 개척 등을 통해 업무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65조원에 이르는 부실채권을 처리해온 KAMCO는 이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와 동유럽 등지의 부실채권 처리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본격적인 사업을 모색중이다.
올해는 신용카드회사 등으로부터 인수한 7조여원 어치의 개인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개인신용정보 업무로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10여개 기업을 인수ㆍ합병(M&A)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규모 기업구조조정 회사로 변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최근 민영화된 KT&G는 주력인 담배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건강식품사업과 제약사업에도 진출,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영진약품을 인수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다.
한국조폐공사는 지폐나 주화 등 전통제품 분야에서는 품질좋고 저렴한 가격으로 일정한 지위를 유지하는 한편, 공신력과 기술력 등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신사업영역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스마트카드 종합시스템사업, 금융자동화기기 사업 등이 조폐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사업분야들이다.
조폐공사는 이같은 신규 개발사업의 비중을 현재 13%에서 50%수준까지 확대,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구축함으로써 기본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독자적 경영활동이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 인사ㆍ조직관리 등 비효율성 극복이 과제
그러나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하는데서 비롯되는 비전문가의 '낙하산'식 기용과 산업 독과점에서 비롯되는 상대적인 경영효율 미흡 등은 공기업들의 공통된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또 민간기업들과 달리 직원들의 정년이 보장돼 있는 데다 급여체계도 연공서열에 바탕을 두고 있어 내부 경쟁을 통한 효율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