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된 노동생산성,퇴보한 총요소생산성'.


이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작년까지 정부가 강도높게 추진해온 공기업 구조조정 성적표다.


노동 자본 등 각 부분별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정작 투입요소를 하나로 묶는 시스템에서의 개혁이 미진한 결과다.


기획예산처는 한국전력 철도청 등 16개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한국생산성본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이같은 결론을 담은 평가보고서를 최근 제출받았다.


평가보고서를 토대로 공기업 구조조정 5년을 진단한다.



◆민영화·구조조정이 '양대 축'


지난 5년간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개혁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해당 공기업을 민영화한 것이고 두번째는 민영화가 어려운 공기업에 대해선 강도높은 인원감축과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한 것이다.


민영화의 경우 대한교과서 한국중공업 담배인삼공사 대한송유관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11개의 대상 기업 가운데 8개 기업이 작년말까지 민간 기업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정부는 또 정리 대상으로 선정된 공기업 자회사 77개 가운데 66개사를 이미 청산·합병·매각 등으로 처리했다.


민영화 대신 구조조정이 추진된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등 16개 공기업의 경우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전체 인력의 24%에 해당하는 2만1천7백명을 감축했다.


이들 공기업에서만 이사급 및 1급 부서장 자리만 4백개 넘게 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는 또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기업에 대해서도 외부감사제가 도입됐다.


아울러 과도한 복리후생제도를 개편,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노동생산성은 'A학점'


생산성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구조조정의 결과로 공기업의 노동생산성(실질 부가가치액/노동투입량)은 1998∼2002년 동안 연평균 9.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증감율은 98년 이전 5년간 공기업들의 노동생산성 연평균 증가율 5.9%보다 4% 포인트나 향상된 것이다.


민간기업 1천7백77개의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7.7%)와 비교할 때도 훨씬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성본부는 보고서에서 공기업들의 가파른 노동생산성 증가는 강도높은 인력 감축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공기업들의 인력감축 비율은 민간 기업보다 2배 가까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자본생산성은 보통


생산성본부는 또 공기업의 자본생산성(실질 부가가치액/자본투입량) 증가율이 외환위기 이후 마이너스 3.71%로 나타나 98년 이전 5년간의 평균(마이너스 5.58%)보다는 1.77% 포인트 개선됐다고 밝혔다.


민간기업의 자본생산성 증가율이 같은 기간 마이너스 0.64%에서 마이너스 7.58%로 더 악화된 것과 비교할 때 공기업의 자본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공기업 자본생산성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설비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인 만큼 설비투자 결정 메커니즘 및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산성본부는 밝혔다.


◆총요소생산성은 낙제수준


공기업의 총요소생산성 증감률은 외환위기 이후 매년 퇴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자본 등 각종 생산요소를 활용하는 경영시스템이 생산에 기여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마이너스 1.46%로 환란 직전 5년간(마이너스 0.08%)에 비해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이는 민간기업의 평균 총요소생산성 증가율(0.19%)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민간기업도 총요소생산성이 98년 이전 5년간 평균(1.09%)에 비해 감소했지만 마이너스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혁을


생산성본부는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외환위기 이후 공기업 구조조정이 노동·자본 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지만 각종 투입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공기업들도 민간기업처럼 과거와 같은 노동 자본 투입위주의 양적 성장전략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는 기술 지식 위주의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을 갖춰야 한다는 것 의미한다.


생산성본부는 정부와 공기업 모두 변화된 경제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고부가화 △인적자원의 고도화 △연구개발의 집약도 향상 △효율적인 설비투자 △업무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앞으로 공기업 구조조정은 노동량과 자본량을 조정하는 하드웨어적인 정책 대신 경쟁구조와 지배구조 등 경영환경과 제도 효율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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