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생산현장으로 인력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경기침체로 대기업들의 인력채용이 줄자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불황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고 외국인근로자를 내보내면서 외국인들마저 구직난에 처하기 시작했다. 천안 백석공단에서 운동장이나 체육관의 관람석용 의자를 생산 시공하는 프라코인터내셔날(대표 김경만)은 최근 생산직 인력 2명을 모집했는데 25명이 응모했다. 이 회사 김경만 대표는 "그동안 생산직인력을 못구해 발을 굴렀는데 최근들어 생산직으로 인력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에서 휴대용 노래반주기를 생산하는 고리텍의 경우 최근 생산직원 4명의 채용공고를 냈는데 이틀 만에 2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지난 몇 년간 볼 수 없었다"며 "대기업 경력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처리기계 제조업체인 청우이엔이(대표 김양수)는 그동안 베트남과 중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를 썼으나 대학 휴학생 3명이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해 인력난을 덜었다. 이같은 현상에 고무돼 앞으로 외국인을 쓰지 않고 국내 인력으로 부족인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인쇄업체인 삼성문화인쇄는 생산현장에서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했다. 10명 모집에 30명이 넘게 몰려와 3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 중 4명은 고졸자였고 나머지는 대졸이상의 학력자였다. 이 회사의 조영승 대표는 "10여년 만에 중소기업 생산현장으로 인력이 돌아왔다"며 "그동안 이같은 생산직 아르바이트 인력은 몇 달 동안 뛰어다녀도 못 구했고 오히려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만 있었다"고 말했다. 구직난을 겪는 외국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를 채용하던 중소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시화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 도금업체인 지원과 자동차부품 연마업체인 윌리스코리아가 최근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한꺼번에 1백10여명의 외국인근로자가 일터를 잃었다. 이렇게 쏟아져 나온 외국인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난을 겪고 있다. 시화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엠아이텍에는 요즘 들어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들이 일주일에 10여명 정도 찾아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주에만도 6명의 외국인이 찾아왔었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또다른 기업에도 직장을 잡으려는 외국인들이 다녀갔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가동률이 66%대에 머물면서 채용이 줄고 있는데다 중소기업을 찾는 인력이 생기면서 지난해까지만해도 약 20만명에 달했던 중소기업 부족인력이 최근 14만7천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