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고교에 위탁급식을 제공하는 급식업체 대표가 지난 97년부터 5년 동안 학교 교직원들에게 수차례 금품과 향응을 접대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서울시내 O고교의 위탁급식을 맡아온 급식업체 대표 K씨는 23일 급식제공을 대가로 학교 시설물을 지어주고 교직원들에게 수시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내용이 상세히 기록된 '기부(기증 및 금품요구), 접대비' 내역을 공개했다. K씨가 공개한 금품 등 제공내역에는 이 학교 교직원들이 지난 5년 동안 1억2천만원에 달하는 학교시설물과 1천7백만원 상당의 가스공사 재시공 공사비를 요구하고, 교직원들은 강남 룸살롱 접대와 상품권, 식권, 야유회 찬조금, 휴대폰 구입비 등을 요구한 사실이 적혀 있다. K씨는 그동안 학교측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었으나 지난 7월 학교운영비 명목으로 5백만원을 달라는 이 학교 교사의 요구를 거부해 폭행당하자 서울남부지청에 이 교사를 고소하면서 이같은 금품제공 내역을 공개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폭행 사건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나 업체 대표가 대질신문을 기피해 수사가 답보상태"라며 "만약 금품제공에 관한 자료를 제공한다면 이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관계자는 "금품이 오갔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다"며 "최근 교육청 감사 당시 급식계약에 관해 지적을 받은 사항을 업체측에 통보하는 과정에서 업체가 이를 계약을 끊으려는 의도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