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스타 김혜수가 시청자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최근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장희빈'에서 열연한 김혜수는 "다른 장희빈의 모습을 표현해 보고 싶었지만 제대로 연기하지 못해 자괴감이 들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희빈을 연기해보는 것은 저의 개인적인 꿈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장희빈의 인간적인 면을 조명,역사적인 재해석을 하겠다는 드라마 초반기의 기획의도에 더욱 흥분했었죠.하지만 연기자는 시청자의 검증을 받아야하는 직업입니다. 급하게 역할을 맡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던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김혜수는 기존 이미숙,정선경 등이 선보였던 요부 혹은 악녀 장희빈의 강렬한 이미지를 희석시키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쉬웠단다. 게다가 '장희빈'이 외설시비에 휩싸이고,외주제작사와 KBS PD와의 갈등,건강 문제로 작가가 교체되는 등 여러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것에 대해 그녀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드라마 초,중반기에 미스 캐스팅이라는 여론이 들끓었을 때는 '여론을 뛰어넘는 연기력이 없는 건가'라는 회의감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런 경험을 거치면서 연기자로서의 열정을 지켜가는 법을 배웠고 더욱 강해진 것 같습니다." 김혜수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매번 성대가 찢어질 만큼 열정을 다했다고 한다. 특히 세자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장면을 촬영한 후에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고인 피를 뽑아내기도 했다. "제가 원래 성격이 온순하거든요. 저희 어머니가 제가 발악하는 장면을 보시고는 '우리 딸이 소리를 다 지른다'며 놀라시더라고요. (웃음)" 김혜수는 지난 1년간 연기했던 장희빈에 대해 '가련한 여자'라고 표현했다. "현재는 사랑을 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는 것이 죄가 될 수 없지만 당시에는 왕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희빈은 당대의 사랑에 대한 관념을 거부한 여자라고 할 수 있어요. 혹은 그 같은 관념을 앞서간 여자라고도 할 수 있죠. 계급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사랑보다 더 중요한 시대에서 장희빈은 희생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녀는 드라마 '장희빈'을 위해 포기했던 영화 '바람난 가족'의 성공에 대해 "드라마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