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가는 '동북아 물류중심'] (3) '유라시아철도 한반도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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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횡단 한반도 관통노선이 유엔 산하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의 시험운행 노선에서 제외됨에 따라 정부의 '동북아 물류중심지' 건설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륙횡단 철도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됐지만 우리는 북한의 비협조로 한걸음도 못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ESCAP 시험운송의 의미=이번 시험운행 사업의 핵심은 '동북아에서 유럽까지 화물을 나르는데 어떤 대륙철도 노선이 해운보다 비용 및 시간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가'를 국제기구인 ESCAP가 공인해 준다는 데 있다.
러시아 중국 등이 내년말께면 ESCAP가 평가한 '성적표'를 들고 동북아시아 및 유럽 기업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일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교통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부산∼함부르크 구간을 철도로 운송할 경우 18일이 걸리며 운임은 1천2백32달러가 소요된다.
해운은 28일,1천4백달러가 든다.
특히 중국 러시아 몽골 폴란드 등 관련국들이 화물열차가 각국을 통과할 때 통관 및 검역 등을 간소화·표준화하기로 한 만큼 비용과 시간측면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부산항 타격 우려=ESCAP 평가보고서에 일부 대륙철도가 해운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나올 경우 해상운송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중앙아시아와 동유럽까지는 대륙철도가 해운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동북아 물류 집결지 역할을 하는 부산항의 환적 화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한 화물운송업체는 ESCAP 회의에서 "유럽에 화물을 운송할 때 지금까지는 톈진에서 부산을 경유해 보스토치니항에서 환적한 후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했지만 앞으로 몽골횡단철도(TMGR)를 통해 핀란드 하미나까지 운송하고 싶다"는 의견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된 대중국 환적화물량은 전체 3백87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60∼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TSR가 실어나르는 화물 규모(연간 10만TEU)가 극동지역과 유럽을 오가는 해운 화물 규모(지난해 1천4백65만TEU)의 1%에도 못미치는 점을 들어 근본적인 위협은 안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철도기술연구원 나희승 박사는 "대륙철도의 수송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가 관건=부산에서 출발,서울과 신의주를 거쳐 만주횡단철도(TMR)나 TSR를 통해 유럽까지 연결시키겠다는 대륙철도 사업은 동북아 물류중심지 계획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문제는 북한의 비협조로 이같은 구상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정부는 이번에 시험운행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우리도 곧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한반도 북쪽 끝과 연결된 △중국 도문에서 출발하는 TMR와 △단둥에서 시작하는 TMGR 노선에 대한 시험운행은 4개 노선과 함께 시행한다'는 성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북한의 철길이 열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