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자골프랭킹 2위 박세리(26·CJ·테일러메이드)가 올시즌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남녀골퍼들의 '성(性)대결'에서 최초로 커트를 통과한 선수가 됐다. 박세리는 24일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파72·길이 7천52야드)에서 열린 2003동양화재컵 SBS골프최강전 2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기록,합계 2오버파 1백46타(72·74)로 30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 대회 예상 커트라인이 합계 3~4오버파 정도로 예상돼 박세리는 무난히 커트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여자골퍼 중 남자 공식대회에 나가 커트를 통과한 선수는 베이브 자하리스(미국)가 유일하다. 자하리스는 1945년 LA오픈에 출전,일단 커트를 통과한 뒤 3라운드에서 기권했었다. 박세리와 함께 이틀동안 플레이한 시즌 상금랭킹 1위 신용진(39·LG패션)은 이날 1언더파를 쳐 합계 1언더파 1백43타로 10위권이다. 지난대회 챔피언 양용은(31·카스코)은 첫날 79타에서 이날 무려 14타를 줄인 7언더파 65타(데일리베스트)를 쳤다. 합계 이븐파 1백44타로 중상위권으로 치솟았다. 지난주 KTRD오픈에서 첫승을 올린 장익제(30),93한국오픈 챔피언 한영근(39) 등은 합계 3언더파 1백41타로 공동선두를 형성하고 있다. ◆예견된 커트통과 박세리의 커트통과는 '예견된 것'이었다는 주장이 많다. 신용진은 "이 코스는 특정선수를 위해 '맞춤 세팅'을 해놓은 듯한 인상이다. 박세리가 2주 전 우정힐스CC에서 열린 한국오픈에 나왔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오픈에서는 파4홀 세컨드샷용 클럽으로 5,6번 아이언을 많이 잡았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대부분 그린앞에서 웨지로 쇼트어프로치샷을 해야 했다"며 "그런 코스에서 남녀의 실력차이를 검증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한 골프관계자도 "2백야드를 넘는 파3홀이 하나도 없고,파4홀 세컨드샷 거리가 대부분 1백∼1백50야드인 상황에서 남녀선수의 실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길이가 짧은데다 절반 이상이 내리막 구조이고,러프와 페어웨이의 구분이 없으며,치명적인 해저드가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 코스에서 남녀선수간 '변별력'을 바라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2라운드에서는 세리도 긴장 신용진과 양용은이 첫날 긴장했다면,이날은 박세리가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전반을 이븐(버디1 보기1)으로 마친 박세리는 13,14번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범했다. 그린앞 오른쪽에 워터해저드가 있는 13번홀(4백7야드)에서 박세리는 드라이버샷이 왼쪽 벙커에 빠졌다. 그린까지 1백80야드 정도 남은 상황에서 우드로 벙커샷을 했으나 모래부터 치며 볼은 80야드 정도 전진하는데 그쳐 해저드에 빠졌다. 박세리한테서 1년에 한 두번 볼 수 있는 실수였다. 박세리는 1벌타 드롭 후 친 네번째샷을 홀 50cm 붙여 보기로 막았지만 그 다음홀에서도 그린미스로 연속 보기를 범했다. ◆일본투어 카시오오픈 초청 박세리가 11월27일 열리는 일본골프투어 카시오월드오픈에 초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시오오픈 주최측은 또 다른 성 대결의 일환으로 박세리,애니카 소렌스탐,로라 데이비스의 초청을 고려하고 출전료 20만달러씩을 제시했는데 CJ측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실현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