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다를까. 흔하디 흔한 나뭇잎사귀일 뿐인데. 캐나다 국기에 빨간 단풍잎이 그려져 있어 기대는 했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이야. 언덕빼기의 울창한 산림도,길가의 고목도, 병풍처럼 호수를 감싸안은 숲도 온통 붉은 빛의 향연이다. 청명한 가을하늘의 저녁 노을처럼 드넓은 대지는 불꽃바다였다. 나무마다에 매달려 있는 붉디 붉은 단풍잎은 일상생활에 지친 객에게는 생의 활력을 주고, 대지의 품속으로 떨어진 낙엽 단풍은 오만한 승리자에게 겸손의 미덕을 일깨워 준다. 단풍이 있기에 캐나다는 살아있고, 2백만개나 되는 맑은 호수들로 인해 더욱 찬란한 캐나다의 단풍길(maple road)은 나이애가라폭포에서부터 시작된다.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인구 2백50만)에서 5대호중 하나인 온타리오호를 끼고 동남쪽으로 1백30km 떨어진 나이애가라폭포. 연간 1천여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북미 최고의 관광명소중 하나다. 초록의 겉옷을 벗어던진 단풍나무 언덕길에서 먼저 폭포를 감상한뒤, '안개의 숙녀'라는 로맨틱한 이름의 배를 타고 폭포 바로 앞까지 간다. 그 뜻이 '천둥소리'인 것처럼 나이애가라 폭포의 거대한 굉음은 이방인의 가슴을 후려치고, 소나기 같은 물보라는 비닐우비 위로 쏟아진다. 불현듯 나이애가라 폭포물이라는 생각에 물보라를 입에 대보니 맛은 여느 물맛과 다를 바 없다. 폭포 옆 둔덕에 자리잡은 1백60m 높이의 전망대(스카이론타워)에 오르니 폭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폭포물로 1년에 40cm씩 폭포벽이 깎여 나가는 까닭에 천년 후에는 사라지고 만다는 나이애가라를 남겨두고, 단풍빛으로 물든 무스코카 호수로 여정을 돌려보자. 토론토 북쪽 1백40여km 지점의 무스코카 호수는 동양의 여행객들에게는 낯선 곳이나, 미국과 캐나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휴양겸 여행명소다. 터미네이터에서 거비네이터로 변신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 캘리포니아주지사의 별장도 이 호반 어딘가에 있다. 1907년에 만들어진 2백명 정원의 증기 유람선에 몸을 싣고, 호반의 단풍세계를 정신없이 카메라렌즈에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쓴 웃음을 짓는다. 단풍숲에 취하고, 호반의 절경에 넋을 잃은 탓이리라. 무스코카 호반은 고품격의 자유여행인을 한낱 사진찍는 데만 열중하는 필부필부로 만들 만큼, 풍광과 기상이 훤출하다. 밝은 햇살로 영롱한 호수면은 캐나다에서 두번째로 큰 이 주의 이름이 왜 온타리오인지를 설명하고도 남는다. 빛나는 물, 온타리오의 뜻이다. 호수의 아기섬들 사이를 누비며 반나절간 한몸이 됐던 유람선의 기적소리를 아쉬워하며, 통행료가 일절 없는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한시간 쯤 들어가니 온타리오주가 자랑하는 알곤킨 주립공원이다. 충청북도 크기의 이 곳은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천연공원으로 크고 작은 2만8천여개의 호수, 무스(황소만한 야생사슴)와 곰 담비 여우같은 야생동물들의 보고다. 공원의 하단을 동서로 관통하는 60km 길이의 도로는 길이 아닌 단풍터널이다. 이 길에선 마땅히 김영랑의 시 '오-메 단풍 들것네'의 한 소절을 읊어야만 할 것 같다. 일엽편주 카누의 노를 저어 공원 호수를 가로지르고, 유난히도 싸한 북미대륙의 솔향을 맡으며 오솔길을 잠시 걸어볼 수도 있다. 이따끔씩 맞닥뜨리는 무스는 색다른 경험이다. 대자연과 한껏 벗삼고 나니 도시의 인공미가 그립다. 이럴땐 토론토시내의 CN타워에 올라가 보자. 높이 5백53m,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으로 서울 남산타워(2백37m)의 배가 넘는다. 지상 4백50m쯤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천하를 굽어본 뒤, 3백40m 상공의 원형 회전식당에서 양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명멸하는 불빛을 단풍잎으로 착각하며 캐나다 자유여행의 대미를 장식함이 어떨까. ----------------------------------------------------------------- < 여행수첩 > 가이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기념사진만 찍다가 끝낸 해외 단체여행. 이젠 지쳤다. 나와 그만을 위한 실속있는 자유여행 상품은 없을까. 에어캐나다가 고품격 자유여행상품으로 캐나다관광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상품이름은 '에어캐나다 할러데이스'. 여행의 낭만과 편안한 휴식, 그리고 학습효과의 3박자가 어우러진 캐나다 자유관광 코스다. 4계절 어느때라도 좋고, 기간도 2박4일에서 8박10일까지 다양하다. 여행시기와 기간에 따라 1백20만~4백만원대의 21개 상품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선택의 폭도 넓다. 토론토, 밴쿠버, 몬트리올, 캘거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산과 물, 도심을 제대로 알고 즐길수 있게 기획됐다. 대표적 상품은 4박5일 일정의 토론토ㆍ나이애가라관광(호수와 단풍 폭포여행코스), 6박8일의 태평양연안도시관광(밴쿠버, 빅토리아, 시애틀), 4박6일의 몬트리올ㆍ퀘벡관광 등이다. 여행 핵심의 집중공략 개성에 맞는 자유맞춤여행 항공과 호텔(에어텔)의 원스톱처리로 인한 저렴한 경비는 에어캐나다할러데이스 상품이 지닌 또 다른 매력이다. 구체적인 여행코스를 소개받아 자동차로 관광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 자동차 렌트비는 소형차는 하루 30~40캐나다달러(1캐나다달러는 약 8백90원), 쏘나타급의 중형차는 70~80달러이며, 기름값은 ℓ당 70센트(약 6백30원)로 한국의 절반수준이다. 에어캐나다(02-3788-0134), 하나투어(02-2127-1203), 롯데관광(02-399-2020) 등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토론토(캐나다)=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