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호암갤러리와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우환 화백(67)의 회고전은 전시 이전부터 미술계의 관심을 끌었다. 삼성문화재단이 극히 이례적으로 호암 로댕 등 두 전시장을 통째로 내준데다 규모 면에서도 이 화백의 일생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를 둘러본 미술관계자들의 평가는 "내용 면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화랑 관계자는 "이 화백의 대표작인 '점''선' 시리즈의 다양하고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지 않아 회고전 치고는 너무 빈약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화만 놓고 볼 때 이번 회고전은 97년 프랑스 주드폼미술관에서의 전시보다는 낫지만 99년 파리의 듀랑 데세르 갤러리에 출품됐던 '점''선' 시리즈보다 훨씬 못하다"고 평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의 회화 조각작품을 선보인 로댕갤러리 전시에 대한 반응은 더 냉담하다. 한 미술평론가는 "국내에서 90년대 이후의 '조응' 시리즈와 조각작품은 유럽과 달리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화백이 뭘 보여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 화백은 이번 전시를 위해 소장가들에게서 작품을 빌려오는 일에서부터 디스플레이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때문인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도 많지 않은 편이다. 삼성문화재단측은 "하루 평균 관람객이 2백명 정도"라고 밝혔다. 4백명 이상 관람했던 피카소 판화전이나 오노 요코전과 비교하면 관람객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화백의 작품세계는 '최소한의 예술적 개입'으로 요약된다. 큰 화면에 점 하나만을 덩그렇게 그린 '조응' 시리즈나 흔하게 있는 돌과 철판을 전시장으로 옮겨 놓은 조각작품은 '예술행위의 절제'를 의미한다. 하지만 회화적 요소를 중시하는 국내 미술계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