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다] 대한교과서 김광수 회장 (5ㆍ끝) '새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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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회장은 두 해 전 사방이 산으로 병풍 쳐진 전라북도 무주의 고향마을을 찾았다.
어린 시절 십리 길을 걸어서 통학했던 고향엔 30여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산소가 있다.
그곳에서 김 회장은 모처럼 어머니에게 자랑스럽게 사업 얘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매출액 1천6백억원으로 연간 1천3백88종,1억8백만부를 발행하는 회사.하루 1백35만부를 처리할 수 있는 동양 최대의 시설.'
김 회장은 근무 환경에도 만족하고 있다.
"10년이상 장기근속자가 30%에 달할 만큼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됐습니다.명실공히 교과서 전문기업으로서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고 경쟁력도 갖췄지요."
창사 55년 만에 회사가 이렇게 급성장한 것은 국정교과서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와 선진 경영기법 도입의 영향이 컸다.
국정교과서 인수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가 조성됐다.
경쟁에 둔감했던 껍질을 벗고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히트상품과 새로운 사업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동출판시장에서 학습만화 돌풍을 일으킨'아이세움'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2000년 탄생한 이 브랜드는 9월 현재 15종류의 시리즈(4백20여책)를 발간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효자 상품이 됐다.
학원프랜차이즈 사업인 '제3교실',중학생 학습지 '깜지',고교생 학습지 '뷰''파사쥬' 등도 선전하고 있다.
자연히 교과서 사업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매출구조가 안정적으로 개선됐다.
올해로 42년째 이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는 김 회장은 팔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업가이자 5선 국회의원으로 살아온 그에게 회고담이나 자서전을 써보라는 권유도 많지만 정작 본인은 자랑할게 없다고 말한다.
육순 칠순 희수 잔치도 안할 만큼 자신에게 엄격하게 살아왔다.
인생 철학에 대해서도 "그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 뿐"이라며 특별히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
다만 욕심없이 살아왔더니 남하고 싸울 일이 없더라는 말은 수시로 직원들에게 들려준다.
김 회장은 오래 전부터 드러나지 않게 공익사업을 펴오고 있다.
자신의 호를 따 만든 목정(牧汀)문화재단과 목정장학회는 예술인과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30여년 전부터 생각했던 '교과서 박물관'을 개관했다.
충남 연기군에 자리잡은 이곳에는 15만여점의 교구를 전시,국내외의 교육사를 한눈에 살펴볼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꾸몄다.
김 회장은 이제 55년의 사사(社史)를 뒤로 하고 새출발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안에 기업 공개를 위한 상장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12월에는 한보도시가스 경영권을 넘겨받아 가스사업의 새 꿈을 펼친다.
그는 "해외 진출 사업을 구상해 보라고 지시했다"며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업을 하나쯤 더 추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