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기현에 있는 소니 비디오 공장에서는 직원들에게 기업혁신을 이야기할 때 오누마(大沼)제과라는 조그만 회사를 예로 든다. 회식을 하거나 직원들에게 선물을 줄 때도 이 회사 과자로 한다. 오누마제과는 도요타방식을 도입해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 기업이다. 적어도 미야기현에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과회사로 손꼽힌다. ◆ 생산량, 생산품목이 매일 달라진다 오누마제과가 만드는 경단 만두 등 일본식 전통과자의 유통기한은 2∼3일. 제과업은 재료는 물론 완제품도 변질되기 쉽고 위생관리에 조금만 소홀해도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수요에 따라 생산량도 천차만별이어서 안정된 생산계획을 잡기도 매우 어렵다. 오누마제과로부터 컨설팅을 의뢰받은 PEC는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익을 늘리려면 도요타방식의 철저한 주문생산과 저렴한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를 갖추는 길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오누마제과는 이에 따라 '당일 생산량은 전날 최종 결정한다' '부자재는 대강의 주문량을 기준으로 1주일 전 발주한다' 등의 세부 목표를 수립했다. 당일 생산목표와 개수는 '만두 1천2백개' '경단 8천5백개' 등으로 작업자 한 명 한 명에게 구체적으로 할당했다. 매일 매일 생산량과 생산품목이 달라지는 만큼 작업자의 투입과 배분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작업 평준화 작업과 함께 재교육도 실시했다. 축구에서 '더블 포지션(Double Position)'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많이 확보한 팀이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원리와 같은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오누마제과는 시간대별로 투입 인원과 생산품목이 달라지는 복잡한 생산구조를 관리자가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근무자에게 서로 다른 색깔의 스카프를 착용토록 했다. 같은 사람이라도 경단을 만들 때는 분홍색 스카프를 착용하고 만두 생산라인에 투입될 때는 초록색 스카프를 목에 두르게 하는 식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유형은 첨가물과 포장방법, 포장단위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새로운 생산방식을 적용한 결과 하루 평균 50가지 이상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필요한 상품을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해 폐기물 낭비와 재고를 줄였습니다."(오모리 신에쓰 공장장) ◆ 공간과 사람을 '살리다' 생산시스템의 개조도 뒤따랐다. 생산량과 생산품목이 매일 달라지는 만큼 고정된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만드는 과자에 따라 사용하는 기계도 달라 어떤 기계는 완전 가동하고, 어떤 기계는 하루종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오누마제과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주방기계에 바퀴를 달아서 사용하지 않는 기계와 사용이 끝난 기계를 그때 그때 수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작업공간에 여유가 생겼고 작업장의 정리정돈도 철저하게 이뤄졌다. 근본적으로 생산라인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라인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원재료의 투입에서부터 가공 생산 포장 등 각 단계별 이동거리와 1인당 작업량, 작업자 분포밀도까지 분석해 효율적인 작업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작업자의 동선(動線)을 발자국 숫자까지 계산해 반복 코스를 없앴다. 당연히 인력 수요가 감소했다. 종전에 6명이 투입됐던 만두 생산라인은 4명이면 충분했다. 작업대 2개가 없어져 33㎡의 공간이 확보됐다. 하루 8천개의 생산능력은 그대로 유지시켰다. 경단 생산라인은 7명에서 6명으로 줄이고 12㎡의 공간을 축소했다. 오누마제과는 이같은 방식으로 총 생산인원을 60명에서 45명으로 줄였다. 나머지 인원은 판매와 배송으로 돌렸다. 생산비용을 줄임으로써 영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 매출과 수익을 높이는 도요타의 '활인(活人)의 방정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 신선도가 높은, 갓 구워낸 제품을 공급하게 되면서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주문이 늘어나는 부수효과가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 특별취재팀 =양승득(도쿄특파원) 우종근(국제부 차장) 이익원 이심기 정태웅 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김영우(영상정보부 차장) 허문찬(" 기자) 모노우(미야기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