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잘 안되는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한다. 축구와 교육, 정치다. 국민들의 관심이 워낙 크고, 누구나 한마디쯤 거들 만한 전문가라는게 이들 세 분야의 공통점이다. 사공이 많으니 이래도 시끄럽고 저래도 시끄럽다. 월드컵 4강을 자랑하던 한국 축구는 불과 1년여 만에 아시아의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지난주 아시안컵 예선에서 세계 1백위권인 베트남 오만에 줄줄이 패하는 사태가 빚어지자 코엘류 감독 '재신임' 문제까지 거론됐다. 교육 문제만 나오면 누구나 입에 거품을 물지만 대개는 결말 없이 흐지부지 끝내게 마련이다. 요즘 '부동산문제가 곧 교육문제'라는 화두를 놓고 정부 부처간에 언쟁까지 벌어졌다. 끝내 부총리들(김진표 경제, 윤덕홍 교육)끼리 만나 상대방 소관문제는 함구하기로 약속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재신임에다 파병도 버거운데 정치판은 비자금 파문으로 벌집 쑤신 꼴이다. 모두 고백한 뒤 사면하자는 주장을 놓고 각 당의 이해에 따라 '4당4색'인 판국이다. 때문에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소비가 살아나기 어려운 이유에 정치불안을 하나 더 추가했다. 내년 1분기에는 소비가 살아난다고 홀로 외치는 김 부총리가 애처로워 보인다. 이번 주 관심은 단연 부동산 종합대책을 확정하는 경제민생대책회의(29일). 청와대와 소관 부처들이 부산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흘러나온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주택거래허가제 같은 초법적인 조치는 어렵고 토지공개념은 기존 제도를 보완해 추진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 교육개혁을 포함하는 방안도 논란만 분분하다. 때문에 강남에선 '일단 두고보자'는 분위기다. 무슨 수를 쓰든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청와대의 의지와 현실론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찾아낼지 궁금하다. 재계에선 검찰에 고발된 손길승 전경련 회장의 이번주 퇴진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30일 전경련 회장단회의가 열린다. 월말이어서 확인해야 할 경제지표도 많다.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29일)과 '10월 소비자물가'(31일), 한국은행의 '9월 국제수지'(29일) 등은 꼭 살펴봐야 한다. 시장금리나 주가 향배와 관련해선 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주목된다. 지난 2∼3년간 지속된 글로벌 초(超)저금리 시대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거리다. 독서의 계절인 만추에 우왕좌왕하는 현실에 치여 책이 잘 눈에 안들어온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지만, 그 많은 사공이 한 방향으로 노를 젓는다면 쾌속선으로 탈바꿈할 수 있지 않을까.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