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 번째의 유인(有人)우주국이 되었다. '신주(神舟) 5호'의 성공으로 중국 최초 우주인이 된 38살의 양리웨이(楊利偉)는 중령에서 한 계급 특진했고,중국의 벼락 영웅이 되었다. 우주 탐험 이야기라면 나는 언제나 37년 전을 떠올리게 된다. 1967년 1월 나는 미국 서해안에 도착하여 버스로 캔사스로 이동중이었다. 내가 유학한 캔사스대학교는 미국 본토의 지리적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는데,나는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 2박3일의 버스 여행으로 로스앤젤스에서 캔사스로 향하고 있었다. 버스가 알버커키 쯤을 지날 때였을 것이다. 휴게소에 잠깐 내려 신문 가판대를 기웃거리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미국 인공위성 발사대에서 불이나 3명의 우주인이 지구를 떠나지도 못한 채 불에 타 숨졌다는 뉴스가 거기 실려 있었다. 유학 직전 미국·소련의 우주경쟁을 보도하던 과학 기자였던 나로서는 그 놀라움이 더 절실했을 것도 같다. 인간의 우주 탐험은 이런 희생을 딛고 여기까지 와 있다. 1957년 소련이 불붙여 시작된 미·소의 우주경쟁 속에 1961년 4월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1시간48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내려와 역사상 첫 우주인이 되었고,이듬해 2월 미국은 존 글렌 2세를 지구 궤도에 올려 4시간55분 동안 3바퀴를 돌게 만들었다. 이번 중국의 양리위는 바로 42년 쯤 뒤에 이들의 쇼를 재현한 셈이다. 그런데 지난날 미·소의 우주경쟁에서도 분명했던 것처럼,미국에서는 우주인의 실패와 사망이 즉각 알려지지만,소련에서는 그것이 비밀 속에 감춰지고 성공만 널리 알려진다. 아직 전체주의의 그늘이 깊이 드리워진 중국의 경우 양리위의 성공 뒤에 어떤 희생이 감춰져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사실 집단적인 연구개발에는 전체주의 사회가 더 유리하다. 수많은 연구진을 한 가지 목표로 집중시켜 일하게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 관련 과학기술은 모두 대형(Big Science)인 수가 많다. 그런 분야에서는 당연히 전체주의 국가가 유리하여,중국이 그렇고 북한 역시 비슷하다. 북한의 경우 원자탄이나 미사일 개발에서 상당히 앞선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거의 20년 전의 일이다. 중국 천문학계를 구경한 일이 있는데,당시 중국인들은 렌즈도 스스로 갈아 망원경을 만들고,전파망원경도 그들 기술로 개발해가고 있었다. 우리는 대개 일본이나 미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하거나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당시 내가 느낀 것은 말하자면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어느 정도의 '주체사상'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오늘 중국이 세계 3대 우주국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이런 전통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된다. 의 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일본은 내년 7월부터 사용할 새 화폐의 도안을 발표했다. 1만원 짜리에는 지금대로 메이지(明治)시대 문명개화의 영웅 복택유길(福澤諭吉)을 그대로 두지만,5천원과 1천원 짜리 초상의 주인공은 바꾸게 되었다. 1천원 짜리에 새로 등장할 인물은 바로 과학자(의학자)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1876∼1928)이다. 그는 1913년 매독균을 처음 발견한 세균학자다. 게다가 그는 황열병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에 가 연구하다가 바로 그 병에 걸려 52세로 죽은 드라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일본은 지금까지 몇 차례 화폐 도안을 바꿨지만,과학자가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중국과 대조적으로 일본은 최근 우주선을 궤도에 올리는 것조차 실패한 일이 있다. 일본은 대형 국방과학기술에서는 중국에 못 미치지만,여러 명의 노벨 수상자를 낳은 과학기술의 선진국임이 분명하다. 이제 과학자를 화폐에 까지 등장시키는 것은 바로 의 을 진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면 한국은 과학기술 수준을 높여 이웃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미 전체주의 사회로 돌아가기는 틀린 일.그렇다면 민주사회에 걸맞는 과학 진흥을 위해 우리 과학문화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 돈에 과학자의 초상이라도 올려 봄직도 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인물을 골라 놓으면 아마 어느 시민단체가 친일파라고 폄훼하고,공산당이라 비난하여 그 조차 간단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도 한참 동안 통신위성은 외국의 발사업자에게 맡겨 쏘아 올리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과학문화를 높이기 위해 화폐 초상에 우리 과학자를 올리는 것도 쉬울 것 같지 않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는 세종대왕(1만원),율곡 이이(5천원),퇴계 이황(1천원) 등 반 천년 전만 돌이켜 보며 살아갈 판이다. 중국은 우주로 달리고,일본은 과학문화 수준을 높이려 애쓰는 동안 우리는 뒤만 보고 가려는가? 갈등이 극대화되어 사회 통합이 불가능해 보이는 오늘 우리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