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이 세계 12위권인 국내총생산(GDP)이나 무역 규모에 비해 너무 작아 해외 투기자금 등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락이나 엔 동조화 추세도 국내 외환시장이 지나치게 협소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이 크지 않아 조그만 시장 충격에도 매매주문이 사자ㆍ팔자 어느 한 쪽으로만 쏠리는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극단적으로 헤지펀드 등 외부 투기세력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이다. ◆ 협소한 한국 외환시장 지난 3분기중 국내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액(현물환+선물환+외환스와프)는 1백1억달러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작년 48개국 주요국을 조사한 결과 하루 외환 거래액이 가장 큰 나라는 영국(5천40억달러)으로 한국의 50배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도 한국에 비해 각각 25배와 15배가량 컸다. 싱가포르와 홍콩도 한국의 6∼10배를 웃돌았다. 한국은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함께 중위권에 머물렀다. 경제규모에 비해서도 한국의 외환시장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일평균 외환거래액은 GDP 대비 2.3%로 선진국(OECD 상위 21개국) 평균(10.7%)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 겉도는 정부 대책 재정경제부는 작년 7월 외환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증권ㆍ보험사도 외환시장에 참여시키고 일정 요건을 갖춘 증권사에는 장외 외환파생상품 거래도 허용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나도록 증권ㆍ보험사중 단 한 곳도 외환 거래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있다. 장외 외환파생상품을 취급하는 증권사도 없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평소 하루 변동폭이 1∼2원에 불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20원씩 급등락하는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정상적인 딜링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 지금보다 5배는 커져야 서충석 외환은행 시장영업본부장은 "하루 현물환 거래량이 25억달러 정도에 불과한 국내 외환시장은 국제 투기세력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엔화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위해서도 외환시장 규모 확대는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창형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경제규모와 비교할 때 파생금융상품 활성화 등을 통해 외환시장이 지금보다 다섯배 정도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