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와 공동으로 엔지니어링 산업을 점검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 '국제 엔지니어링 세미나'를 29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다.


한경이 창간 39주년을 기념해 '스트롱 코리아(STRONG KOREA)' 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이번 국제세미나에서는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이 모여 차세대 엔지니어링 산업의 진로를 모색하고 토론을 벌이게 된다.


국제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FIDIC)의 리처드 켈 회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영국의 전문가인 그윈 오웬씨가 '엔지니어링 분야의 계약조건'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다.


엔지니어링진흥협회는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다음 국제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 총회를 국내에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 엔지니어링 산업은 과학기술의 꽃


모든 엔지니어들의 꿈을 한자리에 모으는 산업이 바로 엔지니어링이다.


건축물이나 도로 항만 플랜트 등은 물론 각종 시설물의 설계 시공 및 운영 등도 엔지니어링의 영역에 포함된다.


과학기술의 성과를 키우는게 바로 엔지니어링이다.


엔지니어링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한마디로 엄청나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엔지니어링을 1달러어치 수출하면 3.9달러의 건설 수출로 이어지며 이것이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내면서 결국에는 총 17.9달러에 이르는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자재는 물론 인력과 장비 등이 종합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국가차원에서 엔지니어링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 아직 멀었다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취약한게 현실이다.


우선 단순 건설분야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2년 12월 말 기준으로 엔지니어링진흥협회에 등록된 업체 2천15개 가운데 건설 용역으로 등록된 업체가 1천3백27개(65.8%)에 이른다.


통신이나 정보처리 분야는 2백86개, 기계 분야는 1백15개에 머무르고 있다.


부가가치가 큰 전자나 환경 분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다.


전체의 절반가량은 자본금이 2억원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엔지니어링 산업의 국내 수주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46%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3∼4%에 훨씬 뒤떨어진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1.6∼2.0% 정도에 불과하다.


건설시장의 경기하락과 함께 해외 엔지니어링 활동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수주액은 1997년 3천5백억원을 정점으로 1999년에 1천6백억원, 2000년엔 다시 1천1백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산업이 이처럼 부진한 이유로는 우선 기술의 열세를 꼽을 수 있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총체적인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40∼80% 수준에 불과하며 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기술 정보화 그리고 사업관리 등 고부가가치의 고급 핵심기술은 선진국의 40∼6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엔지니어링진흥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전문기술 인력 공급과 숙련기능공 공급에서 조사대상 47개국 가운데 35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관리 능력과 프로세스관리 능력도 27위와 30위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인천국제공항 프로젝트에서 금액으로 전체의 35%에 이르는 핵심기술 관련 용역이 외국 기업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 엔지니어링 산업의 과제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은 이제 국제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인건비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해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업계의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물론 아니다.


정부의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기술부가 엔지니어링 기술진흥 5개년 계획을 확정하고 연구개발의 활성화와 인력양성 등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박흥일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 부회장은 "엔지니어링 분야는 현재 보유한 과학기술을 응용할 뿐 아니라 미래의 수요에 따라 필요한 과학기술을 개발해 새 시장을 만들어간다"면서 "미래의 시장과 산업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적합한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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