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들의 '부동산이야기'] 세무조사 칼날 당해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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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동산 '큰손'들 가운데는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라는 칼날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고객이 유난히 많다.
대부분 세금 무서운 줄 모르고 '수집'에 가까운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다가 뒤늦게 크게 당한 경우다.
최근 한 시중은행의 PB 고객이 된 A씨도 이 같은 사례에 속한다.
충청도 천안에서 태어나 천안을 연고지로 60 평생을 살아온 A씨는 1백20억원어치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동안 운좋게도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A씨는 올 들어 미혼인 두 자녀에게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한 채씩을 사주는 과정에서 세무 당국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소득이 명확지 않은 20대 자녀로부터 시작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아버지에게까지 이어졌으며 결국 A씨는 그 동안 탈루했던 세금 30억원을 추징당하고 말았다.
세금의 쓴맛을 본 A씨가 PB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은행을 찾은 게 바로 그 무렵이었다.
일선 PB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A씨와 같이 한 번 세무 당국에 당했던 경험이 있는 고객들과 그렇지 않은 고객 사이에는 확실히 투자패턴에서 차이가 난다.
아직 국세청 조사를 당해보지 않은 거부들 가운데는 앞뒤 재지 않고 부동산을 사들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수십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해 본 경험이 있는 큰손들은 투자할 때 항상 몸조심을 한다.
서울 연신내에서 오랫동안 한의원을 운영해온 B씨는 보유 중이던 20억원짜리 빌딩을 팔고 서울 강남에 20억∼25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하려 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운데 일부를 팔거나 그간 은행에 모아둔 현금을 사용해 10억∼20억원 정도만 보태면 '억대'의 연수익이 보장되는 중·소형 빌딩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데도 B씨는 "반드시 25억원 이하 규모여야 한다"며 고집을 피운다고 한다.
혹시 나중에 국세청에서 자금출처 조사를 나왔을 때 해명이 가능하도록 구멍을 만들어 놓기 위해서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세무조사는 확실히 부동산 거부들의 투자의욕을 꺾는데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하지만 큰손들의 관심은 아파트보다는 땅이나 빌딩 등에 가 있기 때문에 집값을 잡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