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타코'.국내 최대 석유수입업체의 이름이다. 자체 브랜드 주유소까지 경영했던 이 회사가 돈을 떼먹고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페타코가 체납한 석유부과금과 지방세 등 정부차원의 손실은 물론이고 신용장(LC) 개설 후 떼먹은 금융회사 돈,자영 주유소로부터 미리 받은 선납금 등 피해금액이 2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일부 석유수입업체들은 국제시장에서 휘발유 등 석유제품 덤핑물량을 들여와 할인판매하면서 각종 탈법을 일삼아왔다. 싼 값에 물량을 들여와 팔고는 각종 세금을 떼먹고 회사 문을 닫는 '치고 빠지기'식 행위가 횡행했다. 일부 업체들은 법정 규모의 비축시설을 갖추지도 않은 채 재고 확보 의무도 위반했다. 정부의 시정명령을 듣지 않을 뿐더러 과징금도 내지 않는 등 시쳇말로 '배째라'로 일관하곤 했다. 이같은 편법이 일상화되면서 자체 유통망을 갖추고 법을 지키며 영업을 해온 정상적인 수입업체까지도 도매금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피해를 입은 자영 주유소업자들은 과연 페타코 경영진에 돌을 던질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수입업자들의 편·탈법이 활개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이들이 바로 자영 주유소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정유업체 직영은 물론 자영 주유소들도 현행법규상 SK㈜ LG칼텍스정유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특정업체의 폴사인(간판)을 내걸고 기름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 자영 주유소들은 기름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정유업체나 수입품을 받아다 팔곤 했다. 자영업자들은 특히 할인판매를 일삼는 수입업체 물량을 주로 받아왔다. 그러면서도 정상제품인 양 소비자 가격은 제대로 받는 등 폭리를 취해 왔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자영 주유소들은 더욱 싼값에 기름을 받을수 있다는 말에 속아 선납금을 내준 업체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 주유소들은 뒤늦게 페타코 경영진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이번 사건을 '자업자득'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정태웅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