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비자금 사건으로 불거진 지난 대선과정에서의 불법 선거자금 문제가 여야간 전면전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 측에서 검찰수사가 공평하지 못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전면적인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측에서는 노무현 후보 선대위에서도 이중장부를 작성해 별도의 자금을 관리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무차별적인 폭로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는 SK 비자금 수사의 불똥이 전체 기업으로 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이뤄져 낡은 정치자금 수수관행을 수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데는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자칫 전체 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돼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웬만한 대기업치고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기업이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이는 역대 대선에 비해 비교적 깨끗하게 치러졌다는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모금액을 기업별로 할당하고 독려했다는 흔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든 특검이든 전면적인 대선자금 수사에 나선다면 온 나라가 내년 4월 총선까지 불법 정치자금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은 너무나 뻔하다. 이렇게 되면 기업인들이 검찰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업경영은 뒷전으로 밀릴 게 분명하고,불법 정치자금 제공 사실이 속속 드러날 경우 기업들의 신인도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모두가 자유롭지 못한 대선자금의 전면적인 수사를 거론하기 앞서 대선자금의 전모를 스스로 밝히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순서다. 수사를 하고 안하고는 그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일종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기업들에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관행적으로 정치자금을 걷어 온 기업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여야 정치권은 이제와서 서로 상대방의 과거 잘못을 하나하나 들춰내 흠집을 내려하기 보다는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낡은 정치자금 수수관행을 바로잡는 쪽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기에는 지난 대선자금의 완전한 공개와 철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정치구조를 돈 안드는 구조로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방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