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규모와 성격을 둘러싸고 정부 내 혼선이 일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민간인을 포함, 2천∼3천명선을 밝힌 반면 국방부와 청와대 외교라인은 최소한 5천명 수준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청와대의 일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게 없다"면서도 파병규모와 성격에 대해 언론에 '희망 사항'을 흘려 미국과 협의를 앞두고 입지를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영길 국방장관은 28일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NSC 고위관계자가 밝힌 2천∼3천명 파병 추진에 대해 "거기까지 논의할 단계까지 안왔다"며 "누가 그런 얘기를 하나"라고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조 장관은 규모 결정과 관련, "2차 조사단도 다녀와야 하고 위치와 임무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전날 나온 NSC측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NSC가 발표 전에 국방부와 논의한 적이 없으며 이 문제는 앞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해가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NSC는 27일 파병규모가 최대 3천명 이내로 가닥이 잡힌 것처럼 간접적으로 흘렸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도 바로 뒤이어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그러나 국방부 등은 "현재 폴란드 사단의 활동이 미약하고 한국이 주도할 부대에 추가로 편성될 다국적군도 없다"며 독자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선 5천명 수준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이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외교부도 미국과 논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같은 규모가 언급되는데 대해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외교부측은 "한국군이 최대한 파병되기를 원하는 미국으로서 만족할지 의문"이라며 "특히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이라크 북부지역은 2천∼3천명의 인원으로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외교국방 라인의 한 관계자도 "NSC가 제시한 파병 규모는 하나의 예시 정도"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처럼 추가 파병 규모를 놓고 정부 내 강온파가 대립하자 "일부 부처 관계자들이 희망사항을 흘려 대세로 몰아가려는 것 같다"며 "내부에서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되 한 목소리로 의견을 정리한 뒤 이를 대외적으로 명확히 밝히는 것이 혼선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현철ㆍ허원순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