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 지속되면서 "이상매매"가 속출하고 있다. 강력매수 추천을 받은 종목이 당일 급락세를 타는가 하면 하루 뒤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는 정리매매 종목에도 "묻지마"식의 대량 매수주문이 쌓이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일반투자자들이 수익에 목말라 있는데다 이른바 "세력"들이 이같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비정상적인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같다"고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강력매수 추천에도 급락=피에스텍은 이날 제일투자증권으로부터 강력매수 추천을 받았다. 제일은 자동차부품 사업진출 등이 매력적이라며 목표가 7천1백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오전 중 5%대 이상 오르던 피에스텍은 이 보고서가 나오자 오히려 장중 하한가까지 급락하면서 결국 9.55% 내린 4천2백60원으로 마감됐다. 케이씨더블류 역시 이날 현투증권으로부터 "GM으로의 공급확대로 성장 모멘텀이 확보될 것"이라며 목표가 4천5백원에 강력매수 추천을 받았지만 주가는 오히려 4.94% 내렸다. 거래량은 2백30만주를 넘어 전날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한 증권전문가는 "매집 세력이 강력매수 추천이 나오는 시점을 '물량털기'에 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리매매 종목도 매수=29일이면 정리매매가 끝나 코스닥에서 퇴출되는 애드모바일(옛 한국디지탈라인)에는 이날 투기적인 '사자'가 몰리는 이상현상이 빚어졌다. 10원에 사겠다는 매수잔량이 장중 한때 수백만주 이상이나 쌓였고 실제 거래량도 60만주를 넘었다. 코스닥증권 시장 관계자는 "5원만 올라도 3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에 투기적인 세력이 몰린 것 같다"며 "무모하기 짝이 없는 '폭탄 돌리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외국인이 사자마자 매수추천=해룡실리콘은 이날 올들어 처음으로 현대증권으로부터 매수 추천을 받았다. 목표가는 4천2백60원으로 1백% 가까운 상승여력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자 해룡실리콘은 시초가부터 상한가에 진입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에 추천 정보가 미리 새나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올들어 해룡실리콘에 대한 매수가 거의 전무했던 외국인은 전날 돌연 30만주 가량을 사들이면서 주가를 9% 이상 급등시켰기 때문이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회사측에 알아보니 지난 주말에 외국인 투자자가 회사를 방문해 미팅을 가졌다"며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을 뿐 정보가 새나갔다는 의혹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신동걸 한국투신운용 선임 펀드매니저는 "올 상반기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지수는 상당히 올랐지만 수익을 낸 개인은 많지 않다"며 "최근의 이상매매는 조급하게 수익을 내기 위해 단타와 투기성 매매 등에 나서는 개인과 이를 이용한 일부 세력이 만든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