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학교 총장은 28일 "고교 평준화 제도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는게 바람직하다"며 "현실여건상 전면적인 평준화 폐지가 어려울 경우엔 지방부터 중ㆍ고교 입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총장은 이날 한국은행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에서 "고교 평준화로 인해 한국 사회의 계층간 이동이 막히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정 총장은 이어 "평준화 정책이 오히려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지방 명문고를 중심으로 평준화를 폐지해 다양한 학생이 서울대 등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내신 위주로 각 지역의 학생을 골고루 선발하는 '지역할당제'를 병행해야 한다고 정 총장은 강조했다. 정 총장은 또 "서울이 전국 인구의 25%인데 비해 서울대생 가운데 서울 출신은 40%에 달하고 특히 경제학과 경영학과 법학과 등 3개 인기과의 경우는 60%가 서울 출신"이라며 "그 중에서도 서초구 송파구 강남구 등 강남권 3개구 출신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총장의 이같은 언급은 현행 평준화 체제 아래선 평균적인 학생들에 초점을 맞춰 고교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학교공부만으론 일류 대학 진학이 힘들고 고액과외를 받을 수 있는 부모의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자녀의 일류대학 진학률이 크게 좌우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정 총장의 평준화 폐지 주장에 대해 교육부는 '현행제도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지난 15일 전경련 간담회에서 "초ㆍ중ㆍ고교 교육은 공공성이 원칙"이라고 못박은 뒤 "다만 평준화의 문제점은 자립형 사립고 등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시ㆍ도교육감 회의에서도 "평준화 틀 유지는 불변"이라고 못박았고 "평준화 운영권한을 시ㆍ도 교육감에게 넘기되 해제 권한만큼은 교육부가 계속 갖겠다"고 강조해 평준화 폐지 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견해를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 총장은 "국내 대학 및 대학원생 숫자가 너무 많아 인재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특히 국내 대학원생 규모는 인구와 비교할 때 세계 최대 수준이어서 대대적인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