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에 대한 임상시험 규제가 너무 심하다" "한국은 아직 R&D 허브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 다국적 제약사 최고 경영자(CEO)들은 2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한국의 R&D 환경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미샤엘 리히터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은 "한국에서는 제약이 많아 신약을 테스트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국제적 신약 개발에서 한국이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이 신물질 개발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내년이 한국에 투자할 적기라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주장했다. 티에리 소지에 한국사노피신데라보 사장은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보통 10억달러가량이 투입되며 그 가운데 임상시험이 80%를 차지한다"며 "그런데도 한국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제화 한국얀센 사장도 "호주 싱가포르 중국은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 정부가 임상시험 비용의 50%를 투자한다"며 "한국은 이들 나라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커티스 앤드루스 한국화이자 사장은 "한국 정부가 R&D센터 유치를 외치고 있지만 정책의 연속성이 부족하고 정부 부처간 협력이 부족해 잘 될지 의문"이라며 지적했다. 그는 "경제특구라고 해서 외국기업이 R&D센터를 세우지 않는다"며 "투자회수 방안 등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권선주 한국스티펠 사장은 "스티펠의 R&D센터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스티펠 경영진 회의 때 장관이 참석해 R&D센터 유치방안을 설명해 달라"고 주문했다. 에릭 렝보 한국세르비에 사장은 "한국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 외국 기업들이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진출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미국 프레드 허치슨 암연구센터 등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신약 임상시험에 필요한 지원책을 관련 부처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