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가는 '동북아 물류중심'] (5) '불안한 내륙운송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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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가 물류비는 지난 2001년 기준 무려 67조5천억원.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2.4%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국(9.5%) 일본(9.59%)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난 91년 이래 해마다 10% 가량씩 늘고 있는 물류비가 국내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물류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비싸고 불안한 내륙운송시스템이 도사리고 있다.
◆ 포화상태인 경인ICD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경인ICD.
부산항ㆍ광양항과 수도권을 오가는 수출입 화물이 집결된 뒤 △수출입 통관 △하역 △철도ㆍ도로를 통한 재배송 작업이 이뤄지는 이곳은 내륙운송의 허브 시설이다.
하지만 23만평 규모로 설계된 탓에 이미 포화상태다.
수도권 물동량 처리를 위해선 1백98만평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대폭적인 확충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인ICD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부족하나마 우선 3만평을 늘리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의왕시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1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의왕시 입장에선 경인ICD는 세수확대에 도움이 안되면서 엄청난 교통량만 유발하는 '혐오시설'에 불과하다.
의왕시는 오히려 '경인ICD를 평택으로 옮기라'고 요구할 정도다.
경인ICD 맞은 편에 있는 군포시 복합화물터미널 확장 사업(11만평→27만평)도 주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에 처한 상태다.
◆ 도로 비중이 너무 높다 =지난해 말 현재 철도의 화물운송 분담률은 6.3%.
나머지 90% 이상은 화물트럭을 이용한 도로운송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안-철도-도로 순으로 비용이 싸게 들지만 우리나라 화물운송 비율은 정반대다.
이는 도로중심의 수송체계가 고물류비를 유발한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물류비율은 11.1%로, 철도수송 분담률이 30∼40%에 달하는 미국(9.2%)과 일본(5.5%) 기업보다 월등히 높다.
그렇다고 도로사정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올해도 8조4천억원을 도로에 투입했지만 도로 혼잡구간은 지난 91년 1천7백70km에서 99년 3천4백65km로 두배 가량 늘었다.
정부는 내년 4월 고속철도 운행을 계기로 기존 철로에 화물열차를 대거 투입, 2019년까지 철도 수송분담률을 2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 불안한 내륙운송시스템 =지난 5월과 8월 두차례에 걸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는 내륙운송시스템에 큰 상처를 남겼다.
문제는 재파업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육상화물 증가속도(1997년 4억8천9백만t→2001년 5억3천5백만t)보다 사업용 화물차 증가속도(17만5천대→27만1천대)가 훨씬 빨라 화물차 공급 과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화물연대는 내달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전후로 3차 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한 상태다.
배광우 DHL코리아 사장은 "화물연대의 파업은 대외신인도, 외국인투자 등에 큰 타격을 줬다"며 "또다시 국가 물류가 완전히 마비되는 상황이 온다면 외국기업의 한국 투자는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