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투기 근절을 위한 금융분야 대책은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돈줄 조이기'와 '시중 여유자금의 증권시장 유입 유도'로 요약된다. 은행 등에서 손쉽게 담보대출을 받아 투기에 나설 수 없도록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부동산 담보대출 축소책은 내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의 대출 길도 함께 막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상장ㆍ등록법인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와 소액주주 구분없이 배당세 면제 또는 감면혜택(액면가 기준 3억원까지)을 주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 신규 주택담보대출 줄인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은행들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실태 일제 점검에 들어갔다. 17개 시중은행 본점 및 지점을 대상으로 종합 대출실태 점검에 나서 주택담보인정비율 등을 위반한 은행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제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또 은행이 투기지역 내 아파트(주상복합 포함)를 담보로 새로 대출할 때 담보인정비율을 현재 50%에서 40%로 낮추기로 하고 11월 중에 규정을 고칠 방침이다. 이 규정이 적용되는 대출 대상도 만기 3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확대키로 했다. 다만 급격한 대출 회수에 따른 가계신용 경색을 막기 위해 만기 연장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험(50%) 저축은행ㆍ신협(70%)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된다. 정부는 9월 말 현재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9.3%(투기과열지구 포함때는 81.3%)나 되는 만큼 대출한도를 줄이면 투기세력의 자금줄이 차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대출받으려면 상환능력 있어야 정부는 이와 함께 앞으로는 은행으로 하여금 개인신용평가를 통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토록 유도키로 했다. 이를 통해 미성년자가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동일 가구가 복수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또 근저당 설정한도를 담보인정비율의 1.2배 이내로 제한키로 했다. 은행 등의 일선 영업점에서 담보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담보인정비율보다 훨씬 높게 근저당을 설정한 뒤 신용대출해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서민들의 담보대출 한도도 줄어들기 때문에 내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가계대출 증가율 이내로 묶는 주택담보대출총량제와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연장때 하향 조정된 담보인정비율을 적용토록 하는 방안 등은 급격한 신용경색이 우려되는 만큼 향후 시장상황을 봐가며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 돈줄을 자본시장으로 정부는 은행 등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들의 주식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증시 안정성을 강화하고 세제 혜택을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재무안정성과 경영투명성이 뛰어난 코스닥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수(가칭 STAR지수)를 내년 2월 중에 도입하고 배당소득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는 소액주주(상장ㆍ등록법인 지분 1% 미만 또는 액면가 기준 3억원 미만) 요건을 연말까지 폐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이 적은 중소기업 등에 투자하더라도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또 증권사가 주식연계증권(ELS)를 담보로 투자자에게 대출할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