輸出로 연명하는 '살얼음 경제' ‥ 내수경기 뒷걸음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가 좀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지표인 도ㆍ소매 판매는 근 5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 내수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반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산업생산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하고 공장가동률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수출 호조세가 언제쯤 내수경기를 견인, 본격 경기회복 국면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수출 호조가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 확대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유가 급등 같은 돌발변수만 없다면 올해 1백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내수가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환율 불안 등으로 자칫 수출 호조세가 꺾인다면 경기가 더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만큼 현재 경기 상황은 수출에만 목을 맨 위태로운 국면인 셈이다.
◆ 수출호조 덕에 생산은 '증가'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산업생산은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해 9월보다 6.6%가 증가했다.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3분기(7∼9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2분기와 같은 2.9%를 기록, 일단 생산 둔화세가 멈췄다.
제조업 평균가동률 역시 8월보다 2.2%포인트 높은 78.7%를 나타냈다.
통계청은 이같은 산업생산 증가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 출하량이 작년 9월보다 14.3%나 급증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생산 증가율는 여전히 2.5%에 머물렀다.
설비투자 증감률은 마이너스 2.3%로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7월(-11.1%)과 8월(-7.8%)에 비해선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
건설투자(건설기성액 기준)는 13.2% 증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 내수 경기는 '뒷걸음질'
이에 반해 내수 경기 지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9월중 도ㆍ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3.0% 감소, 지난 98년 12월(-3.5%)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전달(-2.6%)보다 감소폭이 커졌을 뿐 아니라 지난 3월(-2.2%) 이후 7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는 셈이다.
부문별로는 도매와 소매 판매가 각각 2.3%와 1.7% 감소했고 백화점 판매는 무려 14.0%나 급감했다.
중산ㆍ서민층이 느끼는 체감경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또 소비가 극도로 부진한 탓에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6.2% 감소, 도ㆍ소매 판매 감소 폭의 두 배가 넘었고 내구 소비재 출하도 8.2%나 줄었다.
◆ 경기회복 기대는 아직 '요원'
향후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는 한동안 호전 기미를 보였지만 9월 들어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
이에 따라 향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0%로 전달(0.1%)보다 낮아졌다.
다만 현재 경기상황을 반영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수출 호조 덕에 전월 대비 0.3포인트 오른 99.2로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우려했던 지난달 태풍 '매미' 피해나 추석 연휴가 산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9월 생산 관련지표가 전반적으로 좋게 나왔다"면서 "9월 들어 경기선행지수 상승세가 꺾였지만 그 폭이 미미한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지표와 선행지수가 엇갈린 신호를 보이고 있어 경기 전망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