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가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실제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약경쟁률이 워낙 높아 투자자들이 손에 쥐는 공모주식이 얼마 안되는 데다 기관투자가들이 주간사증권사의 시장조성의무 폐지를 의식,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등록 이후 서둘러 매도에 나서면서 신규등록주의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사의 시장조성의무 폐지와 최근의 시장 활황으로 공모가가 종전보다 높아지는 추세인 점도 기관의 매도타이밍을 빨리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기선 메리츠증권 주식인수팀장은 "유통시장의 활황으로 공모가가 상당 폭 상향 조정된 데다 시장조성 폐지로 인해 기관들이 인기주를 제외하곤 단기차익 실현에 치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공모주 투자에 집중됐던 시중 부동자금이 조금씩 이탈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수익은 '쥐꼬리'=최근 정년퇴직한 50대 김모씨는 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나노하이텍 공모주 청약에 참가했다. 9천5백만원을 증거금으로 넣고 청약한도인 5만주를 신청했다. 그러나 경쟁률이 무려 1천4백88 대 1이어서 김씨에게 배정된 물량은 33주에 불과했다. 지난 25일 거래가 시작된 나노하이텍은 김씨의 기대대로 시초가가 공모가(3천8백원)의 두배인 7천6백원에 형성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매매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김씨는 할 수없이 나노하이텍 33주를 이날 하한가인 6천6백90원에 처분했다. 이번 투자로 김씨가 벌어들인 수익은 9만5천원이었다. 투자원금(9천5백만원)과 비교했을 때 수익률은 0.1%에 불과했다. ◆원인은 기관의 빠른 매도=이런 현상은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공모가가 1만4천2백원인 STX조선은 상장 후 시초가가 1만9천5백원을 기록했으나 곧바로 미끄러지기 시작해 한 때 1만6천6백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내리자 대부분의 일반 공모투자자들은 1만7천∼1만8천원대에서 매도했다. 이는 증권사의 시장조성의무가 폐지된 것을 의식해 고수익펀드(CBO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수익이 조금만 나더라도 빨리 처분해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주간사증권사가 신규등록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질 경우 공모가의 90% 수준에서 공모물량을 전량 사주었지만 이달들어선 이런 혜택이 기관투자가엔 사라졌다. ◆IPO시장 분위기 바뀌어=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IPO시장의 분위기도 다소 식고 있다. 우선 경쟁률 저하가 눈에 두드러진다. 한솔홈데코의 경우 6백대 1을 약간 넘겼으며 케이티씨텔레콤은 4백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외시장에서도 인기주였던 지식발전소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등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공모주 투자는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는 분석도 있다. 대우증권 주식인수부 관계자는 "IPO시장이 달아올랐을 때보다는 다소 식었을 때 투자수익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며 "다른 투자수단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에겐 공모주가 여전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