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높인다] 새로운 소비 코드 '웰빙족'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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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과 함께 근처에 있는 요가원으로 향한다.
1시간 정도 요가를 하고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근처 백화점 식품매장으로 장을 보러 간다.
육류보다 생선이나 야채,유기농 제품이 중심으로 산다.
장을 본 후 오후에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태보(태권도와 복싱 등을 원용한 에어로빅의 일종)로 체력 단련을 한다.
이씨는 바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이른 바 '웰빙족'이다.
웰빙(Well-Being)은 '복지ㆍ안녕ㆍ행복'을 뜻하는 단어지만 '잘 먹고 건강하게 살자'는 의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금은 이들을 위한 전문지까지 생겼으며, 은행 프라이빗 뱅킹 센터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웰빙 이벤트'를 마련할 정도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웰빙족들을 대상으로 각 기업들 사이에서 마케팅도 치열하다.
대상은 일반 케첩보다 2~3배 비싼 유기농 1백% 재료로 만든 '청정원 유기농 케첩'을, 풀무원은 한 모에 2천4백원짜리 '유기농 콩두부'를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그러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빠른 매출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기 이유식 또한 일반 제품보다 3배가량 비싼 유기농 이유식의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주식인 쌀도 예외는 아니다.
10㎏에 11만7천8백원짜리 버섯쌀이나 '동충하초 쌀', '현미영지 쌀' 등 기능성 쌀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유기농 제품과 새로운 건강수련법으로 요가도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CJ몰에 따르면 요가 비디오 테이프 판매량이 올 초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으며, '스파 마사지', '발 마사지'도 30% 정도 매출이 증가했다.
웰빙족을 겨냥한 사업을 그룹 전체의 신규 사업 모델로 설정한 기업도 있다.
코오롱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겨냥해 그룹의 신규 사업 모델로 최근 '웰빙'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기존 섬유와 의류 분야에서 건강 신소재와 용품 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창업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들을 겨냥한 전문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해초요리전문점 건강식품전문점 등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사업들 뿐만 아니라 참숯체험방 비타민주스전문점 등 생소한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웰빙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원래 뜻과는 달리 웰빙이 사치스러운 소비 형태로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잡아 가면서 무조건 고급 소비를 지향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허브 머드, 해초 등이 가미된 스파와 유기농 식사, 피트니스, 마사지 등이 포함된 '웰빙 패키지'의 가격은 20만~80만원 정도다.
게다가 유기농 제품들의 경우 일반 제품에 비해 보통 2~3배 비싸다.
요가나 피트니스 클럽에 다니는 것도 기본적인 생활비 이외의 비용이다.
따라서 이같은 소비생활을 추구하는 '웰빙족'들이 우리 사회의 또 하나 '귀족'으로 인식되면서 본래 의미에서 벗어나 일부 고소득 계층들만의 행복 추구로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의 열풍은 시장이 포화된 시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에 의해 조장된 측면이 강하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따라서 '웰빙'이 본래 의미에 걸맞게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만의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더불어 함께 사는 삶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