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의 아버지' '아시아적 가치를 부르짖는 반(反)서구주의자' '실용주의적 독재자'…. 22년간 말레이시아를 통치해온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총리(77)가 31일 스스로 물러난다. 임기가 1년이나 남았지만 자신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뒤로 한채 차기 총리로 추대된 압둘라 바다위 부총리에게 모든 일을 넘겼다. 특히 마하티르 총리는 국제무대에서 '독자 노선을 걷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지난 97년 말 외환위기 때는 '변동환율제·시장개방' 등 서구사회가 제시한 처방을 뿌리치고 그 반대 정책인 고정환율제 및 외환유출입 규제정책 등을 추진하며 위기를 극복해 명성을 높였다. 최근엔 유태인을 비하하는 독설로 서방세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국민을 구성하고 있는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간의 화합을 이끌어 낸 점은 높이 평가받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에겐 '독재자'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반대세력에 대한 숙청'을 해결책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마하티르 총리가 은퇴선언에도 불구하고 막후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하티르 스스로도 최근 은퇴 후에 자문역할을 맡을 것임을 시사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