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회장은 회장단 회의 직후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재계가 막무가내로 추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일단 수락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전경련 회장은 리더십이 있는 대기업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회장단 회의 참석자들이 전경련 정관에 따라 최연장자인 강 회장이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며 회장에 추대했다고 전했다. "비겁한 사람이 되기 싫어서 오늘 회의에 나갔는데.모두들 자기들은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하루라도 전경련을 비울 수 없다며 내 입장은 듣지도 않고 결정지어 버리니…."라며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전경련이 정치자금 때문에 너무 복잡하고 노사문제도 있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며 회장직 수행에 따른 부담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경련 회장을 하려면 거짓말도 해야 하는데 나는 모임에 일분도 늦지 않을 만큼 거짓말을 절대 못하는 성미야.게다가 전경련은 보통 단체가 아니야.노사 대립시 회장이름으로 노조와는 반대되는 입장을 발표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노조로부터 인심을 잃는 가장 대표적 회장이 될거야." 강 회장은 산적한 재계 현안을 감안한 듯 "난감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특히 강 회장은 "혈압이 높고,척추도 좋지 않고,건강이 좋지 않아.젊고 힘있는 사람이 해야하는데…"라며 격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재계가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면 재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자신있게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선 전경련 회원사들이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그만 회사가 모이라고 할 때 삼성 LG같은 대그룹들이 나오겠어? 오늘도 회장단 가운데 14명은 안나오고 8명만 나왔어.재계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선 서로 지혜를 모아야해."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