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사장이 구속된 지 5일째인 30일 러시아 검찰이 이 회사 주식 44%를 압류하자 증시가 폭락하는 등 금융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검찰측은 "유코스 주식압류는 범죄에 연루된 물품에 대한 대응조치이기 때문에 사유재산 몰수나 국유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코스측은 "검찰이 압류한 주식은 2개 외국인 지주회사 지분으로 호도르코프스키 사장의 소유가 아니다"며 "주식압류는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조치로 유코스는 주식 거래가 사실상 중단돼 셰브론텍사코 엑슨모빌 등과의 지분인수 협상이 물 건너 가게 됐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지난 91년 소련붕괴 이후 추진해온 민영화 정책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러시아 RTS지수는 8% 급락,이번주에만 17% 추락했다. 이처럼 시장 불안 심리가 확대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긴급히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나는 시장경제를 옹호하며 '주식압류'는 탈세 조사를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외국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유코스측은 호도르코프스키 사장 후임에 미국 기업가 출신인 스티븐 시드 부사장을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인을 사장직에 앉혀 러시아 정부의 영향력을 막아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러시아 최대 부호 호도르코프스키 사장의 구속은 그가 오는 12월 총선을 앞두고 야블로코당 우파연합(SPS) 등 야당에 정치자금을 지원,푸틴 대통령의 비위를 건드렸기 때문인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호도르코프스키 사장이 차기 야당의 대선후보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