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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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진화한다.
시골마을에서 도시가 되면 먼저 건물이 늘어나고,차도와 인도가 구분되고, 가로수와 공원이 정비된다.
가로수는 도시와 거리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중국 베이징이 거창하고 화려한 건물에도 불구하고 황량한 건 아무렇게나 심어놓은 가로수로 인해 휑하고 메마른 느낌을 주는 탓이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는 노랫말이 있지만 실제 가로수의 수종(樹種)은 한정된다.
자동차 매연같은 공해와 오염,추위와 더위에 강하고 잘 자라야 하는 까닭이다.
서울의 강북쪽 가로수에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많은 것도 튼튼하고 빨리 크는 나무를 주로 심었던데 연유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가 발전하면 가로수의 종류도 단순한 생장력 위주에서 외관까지 고려하는 쪽으로 바뀐다.
서울의 강남과 경기도 일산 분당처럼 새로 형성된 지역의 가로수는 줄기가 허옇게 벗겨지는 양버즘나무나 포플러 대신 시원스레 죽죽 뻗는 메타 세콰이어나 모양 좋은 느티나무 회화나무가 중심을 이룬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이후 그 일대에 이팝나무를 심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팝나무는 5∼6월에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키 큰 나무다.
개나리와 같은 물푸레나무과에 속하고 니팝나무 니암나무 뻣나무라고도 불린다.
쌀밥을 뜻하는 이밥에서 이팝으로 됐다는 게 통설이지만,입하 무렵 피는 바람에 입하목(入夏木)이라고 하던중 입하의 소리음인 이파에서 이팝으로 변했다는 얘기도 있다.
꽃이 얼마나 잘 피는지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칠 수 있어 신목(神木)으로 여겨진데다 생명력도 강하고 모양도 수려해 곳곳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유수종이다.
20일 이상 벚꽃보다 더 환하게 피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데다 질 때도 사방에 눈처럼 흩날리며 떨어져 장관을 이룬다.
그동안 가로수로 쓰이지 않은 것은 발아와 삽목 모두 쉽지 않은데다 어릴 때 잘 자라지 않아서였다는데 실은 자생종보다 외국 조경수에만 관심을 둔 탓도 있지 않았나 싶다.
도시는 '녹지 파괴로 시작돼 녹지 복원으로 완성된다'고 한다.
맑은 물 흐르는 청계천을 따라 눈꽃 쏟아지는 이팝나무 그늘을 거닐 날을 기다린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