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단의 원로 김춘수 시인(81)이 "서정주와 정지용,이상 등의 시인은 좋은 시인이기는 하지만 '큰 시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그것은 그들의 시가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의 면에서 매우 약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강연을 했다. 김 시인은 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7회 시의 날 행사에서 '세계 속의 한국 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시인은 정지용과 이상,서정주 등으로 인해 1930년대 이후 우리시단이 현대시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시단 1백년사에서 아직도 큰 시인은 나오지 않았다"며 "서정주 등 세 명의 시인은 좋은,훌륭한 시인이기는 하지만 '큰 시인'은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시인은 "엘리어트나 릴케 등 '큰 시인'들의 시는 인간성에 관한 통찰을 아주 깊고 치밀하게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고 전제하고 "전통적으로 그런 통찰이 약했던 한국 시는 그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인은 "지금도 시를 노래라고 생각하는 아주 소박한 견해가 우리시단을 대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는 의식면에서 아주 약한 것으로 시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시 자체가 무엇인가,인생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지금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곧이듣지 않는데 '누가 무슨 말을 했더라'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큰 시인'을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