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부동(不動)과 부동자금의 부동(浮動)은 소리는 같지만 뜻은 정반대다. 요즘 천정부지인 부동산은 둥둥 떠다니니 '부동산(浮動産)'으로, 4백조원을 넘는 부동자금은 꼼짝하지 않으니 거꾸로 '부동(不動)자금'으로 바꿔 불러야 할 성싶다.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1세기 전에 갈파한 언어의 '시니피앙'(signifiant, 記標:표기되는 것)과 '시니피에'(signifie, 記意:의미하는 것) 구분이 새삼 떠오른다. 표현과 의미가 겉돌 때 설화(舌禍)를 낳게 마련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 "더 이상의 정책은 사회주의적"이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는 '주의(主義)의 주의(主意)를 주의(注意)하지 않은 꼴'이다. DJ정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정부 부동산대책이 이미 늦었다며 "대통령은 똑똑한데 관료들이 모자란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저금리로 인해 투기가 급속히 확산되는 와중에도 올들어 4차례나 금통위 의사록에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남긴 그의 '소신'이 정말 아리송해진다. 온 산에 단풍이 고운 11월 첫 주다. 이번주 관심은 역시 부동산이다. 강남권에선 사자도 팔자도 없는 관망세인데 당장 월요일(3일) 국세청의 부동산투기 세무조사 중간발표가 주목된다. 누가 어떻게 투기했는지와 세정차원의 투기 대응책을 발표하게 된다. 이어 6일 금통위에서 이달 콜금리를 논의한다. 내수경기가 꽁꽁 얼어있고 이미 김 부총리와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연이어 '금리인상 불가론'을 언급한 터라 콜금리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계에선 특히 골치아픈 한 주가 예상된다. SK 비자금 수사의 불똥이 다른 기업들로 튈까 걱정스럽고, 신임 전경련 회장 추대 문제와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자살로 꼬인 노사관계 등 하나하나가 난제다. 주초 검찰의 비자금 수사 확대 여부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경제5단체 부회장들은 노사관계 대책회의(3일)에서 정부의 손해배상소송ㆍ가압류 남용방지 방안에 대한 대책을 숙의한다. 노사문제와 부동산 투기가 겹쳐진 지난 90년대 고비용ㆍ저효율 구조를 정착시켜 끝내 외환위기로 치닫게 된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 작금의 부동산 투기는 호미로, 가래로도 못 막아 포클레인까지 동원했어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부동산 대책 발표 때마다 '이번엔 고강도'라고 외쳐댄 정부가 국민들에게 '양치기 소년'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대학입시에선 수학능력시험(5일)이라도 치지만 경제장관들의 현안 대처능력은 무엇으로 가려낼 수 있을까.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