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멜로영화 "스캔들"(감독 이재용)과 삼국시대를 무대로 한 코미디 "황산벌"(감독 이준익)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 영화계에 사극 붐이 일고 있다. "장희빈" "용의 눈물" 등 방송용 사극은 높은 시청률로 매년 일정 편수가 제작되는 장르로 자리잡았지만 근래에 사극영화 개봉편수는 연평균 1편도 안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스캔들"과 "황산벌"이 대박을 터뜨린데다 구한말 멍청한 자객의 무용담을 그린 "낭만자객"과 통일신라시대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천년호" 등 기대작들이 올해말 개봉될 예정이어서 사극이 한국영화 주요 장르의 하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관객 동원 규모=지난달 2일 개봉한 '스캔들'은 지난 2일 현재 전국 관객 3백23만명을 동원했다. '황산벌'은 지난달 17일 개봉한 후 2일까지 2백35만명을 끌어들였다. 성공한 사극으로 평가받는 '무사'와 '비천무' 등이 전국 관객 2백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극 흥행이 갖는 의미=한국영화 소재의 다양화를 위해 사극 붐은 긍정적이란 분석이 많다. 현대 코미디가 주류를 이뤄 온 한국 영화계에 스릴러 '살인의 추억', 공포물 '장화,홍련'과 함께 사극이 흥행작 대열에 가세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것.'스캔들'(총 제작비 67억원)과 '황산벌'(48억원)이 한국 영화의 평균 제작비(36억원)를 크게 웃도는 대작들인데도 적지 않은 흥행수익을 냄으로써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활로를 할리우드식 SF영화가 아니라 전통 사극에서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관객을 끄는 요인=두 영화는 의상과 무대의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이른바 '코스튬 플레이'로서의 역할을 그런 대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캔들'의 경우 미술비로만 순 제작비의 40%에 해당하는 20억원을 투입,고증을 거쳐 복장과 가구 등을 제작했다. '황산벌'도 삼국시대의 전장을 재현하기 위해 갑옷을 입은 수백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한 것은 물론 각종 무기와 목재 성채 등을 선보였다. 두 사극은 이런 식의 옛날 분위기에다 현대적 감각을 가미함으로써 신선감을 줬다. '황산벌'에선 갑옷 입은 장수들이 현대 영·호남 사투리를 구사한 것이,또 '스캔들'에선 조선시대 상류사회의 어투를 도입한 것이 웃음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사극이 외국에서도 통하는 한국 영화의 주류 장르로 자리잡기 위해선 복장이나 사회상에 대한 보다 철저한 고증을 거치고 이야기 구조를 더 매끄럽게 해야 하는 점 등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