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 3성은 외국자본과 민간자본 유치를 발판으로 낙후된 공업기지를 신흥 공업기지로 개조시킨다는 전략이다. 특히 선진 경영기법까지 전수받을 수 있는 외자유치를 통해 국유기업을 개혁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린 헤이룽장 랴오닝 등 동북 3성에서 외자를 활용해 개혁에 나선 국유기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린성 창춘시에 위치한 국유기업인 디이자동차그룹은 설립 50년째인 올해 글로벌 5백대 기업(포천지 매출액 기준)에 진입했다. 중국 자동차업체로는 처음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디이자동차의 글로벌기업 도약에는 합작 파트너인 독일 폭스바겐의 선진경영과 생산기법이 도움이 됐다. 디이자동차는 지난 91년 폭스바겐과 합작 생산법인인 이치다중을 설립하면서 창춘시를 선진 자동차 생산기지로 거듭나게 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자유치가 자본유입 이상의 효과를 주고 있다는 얘기다. 디이자동차는 매년 20여명의 중간급 관리자들을 이치다중에 3개월간 연수보낸다. 현장의 생산관리시스템 등이 자연스레 이전된다. 공동 연구를 통한 기술전수도 이뤄지고 있다. 디이자동차는 '제타' 차종 리모델링에 나선 이치다중에 기술인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디이자동차 그룹의 주이엔펑 총경리는 이치다중의 이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디이자동차의 여유인력은 이치다중 직원으로 신규 채용되기도 한다. 국유기업 개혁의 골칫거리인 실업문제 해결에 합작사가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치다중의 고용인원만 1만여명에 이른다. 이치다중은 설립 이후 증설을 거듭해 올해 생산량은 3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어 2007년 가동목표로 연간 33만대 생산공장을 추가 건립키로 했다. '2007년 연간 1백만대 생산 자동차 그룹'이 되겠다는 디이자동차 목표 실현에 이치다중이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디이자동차는 지난해 일본 도요타와도 합작생산을 시작했다. 헤이룽장성 무단장시에서 궐련지(담배를 마는 종이)를 생산하는 헝펑그룹 역시 외자유치로 경영체질 개선까지 나선 이 지역의 대표적 국유기업이다. 이 회사는 대우인터내셔널과 합작,설립한 '대우제지'를 담 하나 사이에 두고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우제지가 생산하는 아트지와는 품종이 다르지만 회사 관리기법은 흡사하다. 대우제지 한제성 관리본부장은 "종업원 작업복에서부터 기안문서 양식 심지어 공장 내에서 가래 침을 뱉으면 벌금을 물리는 제도까지 중국 합작파트너가 곧바로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대우제지보다 작업환경이 더 깨끗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팀별로 업적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인사위원회를 통해 투명인사를 하는 대우제지의 인사제도 역시 헝펑그룹의 제도로 자리잡으면서 이익이 늘고 생산성도 올라가고 있다고 한 본부장은 전했다. 창춘·하얼빈=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