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땅'이야기] <12> 明堂도 세월따라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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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그린벨트 지역 임야에 꽤 알려진 명당터가 있다.
어떤 풍수지리가는 이땅을 도선비기에 나오는 명당이라고까지 극찬했다.
그래서 한때 이땅의 가격은 부르는게 값일 정도였다.
2만평이나 되는 임야에 10평도 채 안되는 명당터가 포함됐다고 해서 수십억원을 호가했다.
주변지역 임야의 시세는 평당 2만원선.
2만평 규모의 땅은 환금성이 떨어져 4억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특별한 대접을 받은 셈이다.
조상의 묘자리를 잘 잡아야 집안이 번성한다거나 집안에 큰 인물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 많아 이같은 호가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백80도 달라졌다고 한다.
묘자리 말고는 별 쓸모가 없는 까닭에 이 땅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수십억원은 커녕 수억원에도 팔기 어렵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이야기다.
화장이 일반화되고 조상을 납골당에 모시는 문화가 정착돼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변화일 수도 있다.
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명당의 기준이 변하고 있다.
죽어서 좋은 자리에 눕는 것보다 살아 생전에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금까지와 같은 명당 선호 현상이 위축되고 있다.
요즘 시대의 명당은 자연환경이나 주거환경 여건이 우수한 집터라고 볼 수 있다.
한강 골프장 산 등의 조망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단지 내 다른 동·호수보다 몇억원 비싼 아파트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강남 분당 목동 등 주거환경 여건이 우수한 지역들과 그렇지 않은 지역들의 집값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재벌가의 묘자리를 봐주기도 했다는 한 풍수지리가는 "과거엔 일부 명당터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은밀하게 거래됐지면 백이면 백 모두가 좋다는 묘자리는 없고 풍수가나 지관에 따라 판단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람들의 생각이 현재 중심으로 바뀐다는 점을 감안할 때 21세기는 음택(묘자리) 시대가 아니라 양택(집터) 시대"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도움말=진명기 그린하우스21 대표 (02)536-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