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브라질에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당선됐고 12월엔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급한 성미,토론과 설득하는 장기를 지닌 두 사람은 자기 코드에 맞는 인사와 업무를 처리하는 성품이 비슷하다. 룰라는 사회보장부문에서의 개혁과 혁신적 경제조치를 취했지만 여론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비록 미국 방문때 공약이었던 모라토리엄 선언 취소와 각종 선거공약을 어기는 조치를 취했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그에 대한 기대를 접지않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노 대통령은 어떠한가. 재신임을 물을 정도로 자신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또 여론조사에서 정책지지도가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1년이 안되는 기간동안 국민들은 노 대통령을 경제정책에 관한 한 '3무(無)'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있다. 첫째,노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 관해 무관심했다. 1961년 이후 집권한 대통령들은 집권 첫해 경제에 대한 관심도를 기준으로 할 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 집중했다.반면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에게는 경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는 아니었다. 경제난 또는 경기하강 국면에 집권한 대통령들은 경제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지만 노 대통령은 달랐다. 노 대통령은 집권초 경기가 이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카드빚 문제를 필두로 경제 구조적 난맥상도 고개를 들었다.그러나 신임대통령은 경제에 이렇다 할 관심을 두지 않았다.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과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의 모토는 슬그머니 공론의 장에서 사라졌다. 일부 신문사와의 싸움에,엄청난 사회불안을 야기했던 파업 뒤처리에,난마처럼 꼬인 국책사업 진행에,측근들을 둘러싼 잡음을 해명하는 데 8개월이 지났다. 둘째,노 대통령은 경제 현안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대통령. 그러나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될 농어민들의 생존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 부동산투기 근절을 천명했지만 투기자금이 경제의 선순환 구조에 자발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소홀히 했다.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거의 없었다.외국인 투자가 저조한 근본 원인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히려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노동문제에는 갈지자(之) 걸음이 계속됐다.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원론을 강조하면서도 지지층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다.그렇다고 재벌개혁이 힘있게 추진된 것도 아니었다.우연히 발각된 정경유착 사례에 대한 선택적 소극적 조사 외에는 전임 대통령들이 보여준 지배구조 개선이나 회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스처도 찾기 어려웠다. 물류비용 최소화를 위한 조치 역시 취해지지 않았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획기적 투자는 고사하고 제2의 물류대란을 막을 수 있는 물류체계의 개혁도 이뤄지지 않았다. 끝으로 노 대통령은 무책임한 행동을 거듭했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언급은 했지만 분기별 연도별로 경제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부처가 전력을 경주하게 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편 일련의 정치 행보는 경제의 최대의 적인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돌출성 발언과 비일관적 언사들로 전 국민이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국회의 비협조를 통탄하면서도 오히려 여소야대 상황을 악화시켰다. 하이라이트는 재신임 투표 요구였다. 이탈하고 있던 지지층을 총선에 앞서 재결집하기 위해 국론을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열시키고 말았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주변국의 빠른 성장과 낮은 출산율로 인해 10년 이내에 요소투입을 통한 경제 성장은 불가능해지는 시점에 다다르게 될것이다. 지식경제로의 경제구조 고도화와 이를 뒷받침할 교육개혁에 경각을 다퉈야 할 때다.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면,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노 대통령은 '3무'대통령이란 꼬리표를 떼도록 노력해야 한다.이제부터라도 경제대통령이 돼야 한다. kesopyun@sn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