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묻지마' 중국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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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린성 창춘시에서 커패시터를 생산하는 한·중 합작법인 동광대영.삼성 LG전자 등의 에어컨에 들어가는 커패시터를 공급하는 이 회사는 한달 전 한국의 설비를 추가로 이전해 생산능력을 30% 확충했다.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할 만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 온종혜 총경리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원자재와 인건비를 줄여서 단가를 20~30%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업체는 우리 같은 중국 진출 외국기업보다 20% 이상 단가 경쟁력이 높습니다."
중국 토종업체는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려 자재구매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갈수록 토종 부품업체의 기술수준이 향상돼 한국 부품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그는 최근 한국기업의 차이나 러시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중국 공장에 납품하기 위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부품업체가 보따리를 쌌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그는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 납품만 믿고 중국에 오는 것은 금물"이라고 들려줬다.
중국서 에어컨을 생산하는 한국의 한 대기업은 한국 업체에 대한 우대 폐지방침을 통보했다.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부품 현지 조달률은 높아져 대형 모니터등을 생산하는 삼성SDI 선전 공장은 설립초기 부품의 70%(금액 기준)를 한국서 조달했으나 내년 상반기엔 현지조달이 절반을 넘을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부품업체의 품질수준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재욱 총경리의 설명이다. 아남전자 둥관공장은 부품 현지화율이 85%로 대부분 중국 업체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특별한 기술,독자브랜드,해외거래선 이중 하나도 확보하지 않고 중국에 오면 백전백패"(온종혜 총경리)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현실 때문이다.
묻지마식 중국 투자는 금물이란 얘기다.
창춘=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