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강남 부동산 투기혐의자 조사 결과 수백억원대의 펀드를 조성해 투기를 일삼아온 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 건설업체 대표 등이 돈을 대고 투기조직은 미분양 아파트를 싹쓸이한 뒤 가격을 올리면서 팔아온 것이다. 국세청은 이들을 포함한 투기꾼들에 대해 이달 중순까지 자금 출처를 조사,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하고 법규 위반 중개업자에 대해서는 자격정지나 벌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엄단할 방침이다. ◆ 주상복합 96채 구입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모씨(50ㆍ여)는 전문 투기꾼 이모(52), 박모씨(35)와 함께 부동산 중개업소 3곳을 운영하면서 유명 건설회사 대표 한모씨(67) 등 전주(錢主)를 끌어들여 투기세력을 조직했다. 이들은 2백억∼3백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투기자금을 조성해 타워팰리스 16채를 1백71억원에 매집한 뒤 1채씩 파는 수법으로 물량을 조절, 가격을 끌어올려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들은 또 모 건설사가 지난해 1월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스위트 미분양분 80채를 51억원에 사들였다. 건설업체가 관계자를 통해 한모씨 등에게 매각을 의뢰한 것을 전량 거둬들인 것이다. 이후 시세가 높게 형성되자 막대한 차익을 얻고 되팔고는 양도세 신고도 하지 않았다. ◆ 부동산업소들도 투기 참여 대전 둔산동에 사는 서모씨(46ㆍ여)는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면서 작년 9월 대전 서구 소재 재건축아파트 분양권 1백42개를 7억5천만원에 집중 매집했다. 이를 명의 변경 없이 다른 부동산업체와 실입주자에게 14억원에 내다판 뒤 양도세를 탈루한 사실이 적발됐다.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유모씨(48)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대여받아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면서 안산에 있는 아파트 분양권 60개를 12억6천8백만원에 사들였다. 이후 18억2천7백만원에 팔아 5억5천9백만원의 양도차익을 올렸다. ◆ '점프통장' 실체 확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청약통장을 집중 매집한 뒤 지방 분양현장에 위장전입해 분양권 당첨 후 전매하는 일명 '점프통장'의 존재가 사실로 확인됐다. 국세청이 대구에서 신규 분양된 모아파트의 청약당첨자 4백37명의 명단을 확보해 서울,수도권 등지에서 전입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당첨자 13명이 실제 거주 사실 없이 주민등록만 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건설교통부에 이들의 당첨을 취소토록 요청했다. ◆ 증여자금 이용해 투기 서울 도곡동에 사는 대학교수 나모씨(38)는 부친과 처가로부터 2000년 4월 이후 8억2백만원을 증여받았다. 나씨는 증여세를 내지 않고 강남구 압구정동의 54평형 아파트와 용산구 이촌동의 32평형 아파트를 취득해 현재 3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문정동에 사는 정모씨(49ㆍ의사)는 부인 명의로 강남구 도곡동에 재건축 예정 아파트 2채와 경기 용인 소재 상가 4곳, 아들 명의로 강남구 개포동 소재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17억8천여만원에 사들여 재건축 세 곳에서만도 7억여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있지만 한 푼의 증여세도 내지 않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