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인 현지화 작업을 마무리짓고 이제는 내실을 다지는 질적 현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종합 네트워크 보안업체인 시큐아이닷컴의 신룡철 중국 베이징지점장(39)은 "3년에 걸쳐 제품과 기술 인력의 현지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지금부터는 네트워크나 기능 면에서 중국 시장의 고유한 특성에 부합하는 구조를 갖춰 현지화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지점과 상해 사무소를 총괄하고 있는 신 지점장은 중국의 명문 지린(吉林)대학을 나온 조선족 출신. 삼성SDS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의 중국 법인에서 5년간 일하다가 지난 2000년초 시큐아이닷컴에 합류했다. 시큐아이닷컴은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 2000년말 중국지점 설립때부터 신 지점장을 비롯해 기술 인력은 대부분 조선족 출신을 영입했다. 또 마케팅 인력은 한족 출신으로 구성했다. 회사 이름도 삼성신식안전공사(三星信息安全公司)로 중국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지화 전략으로도 중국 시장 개척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신 지점장은 "당시엔 지점 인력도 보안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면이 있었고 무엇보다 중국인들 자체가 보안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 힘들었다"며 "현지 채널(협력업체)을 완전히 정비하는 데 2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이젠 제품이나 인력의 현지화가 거의 완벽한 수준인데다 수주 실적도 완만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며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시큐아이닷컴은 지난해 중국에서 65만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올해는 1백10만달러,내년엔 2백5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게 신 지점장의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공략 대상을 일반 기업에서 금융·통신 분야로 넓혀가고 있다. 그는 "올해 들어 중국인민보험공사와 중국개발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주를 따낸 여세를 몰아 현재 광둥상업은행과 톈진건설은행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금융권 공략에 가속도를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외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중국내 기간망이라고 할 수 있는 산둥성 전력국에 2억원 규모의 기가비트급 방화벽을 공급키로 하는 성과도 올렸다. 신 지점장은 "시장 영역 확대와 함께 제품군도 다양화할 계획"이라며 "방화벽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시장이 열리고 있는 가상사설망(VPN)이나 통합보안솔루션 등 다양한 제품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보안시장 규모는 정확한 집계는 힘들지만 대략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