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나무와 같다. 기업은 나무처럼 영양분이 잘 공급되고 햇볕을 잘 받으면 무성하게 성장한다. 그러나 물이 끊기고 공해에 찌들면 말라죽고 만다. 다시 말해 돈줄이 끊어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 기업경영은 나무키우기와 비슷하다. 가지치기를 예로 들어보자. 욕심 많은 기업인은 계속 옆가지 치기만 해서 나무가 줄곧 하늘로 치솟게 만든다. 끊임없이 성장전략을 편다. 하지만 키만 높은 기업은 쓰러지기 쉽다. 이런 측면에서 여기서 '나무키우기 경영혁신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나무를 잘 키우려면 비료를 잘 공급해야 한다. 질소 인산 칼리를 골고루 줘야 한다. 질소는 잎과 줄기를 무성하게 하고 인산은 열매를 잘 맺게 하고 칼리는 뿌리를 튼튼하게 한다고 얘기한다.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잎과 줄기는 성장성 △열매는 생산성과 수익성 △뿌리는 안정성과 장래성을 뜻한다. 용비어천가 첫장을 보라.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많은 기업인들이 나무의 키높이에만 신경을 쓰는 나머지 뿌리에 대해선 잊고 산다. 지금이라도 뿌리,즉 안정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안정성은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 △차입금 의존도 △유동비율 등으로 측정 할 수 있다. 한국의 중소제조업체로서 차입금 의존도가 40% 이상이면 위험하다. 사실 열매를 거둬들이지 않는 기업은 관상수에 불과하다. 잎만 무성한 기업, 즉 겉만 번지르한 기업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다. 왜냐하면 과실로 가야할 영양소가 이파리로 몰리기 때문이다. 잘 가다듬어 모양만 예쁜 기업도 꽃을 피우긴 하지만 열매는 없다. 열매, 즉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먼저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중소기업으로서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크게 △종업원 1인당 매출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 △총자본투자효율 △부가가치율 △노동소득분배율 등 5가지다. 국내 중소제조업체를 기준으로 할 때 1인당 매출이 1억5천만원은 넘어서야 우량기업이 될 수 있다. 1인당 부가가치도 4천만원선은 돼야 한다. 수익성을 측정하는 지표는 △매출액 경상이익률 △매출액 영업이익률 △이자보상비율 △차입금평균이자율 △금융비용대 매출액 비율 등이다. 여기서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5%는 넘어서야 한다. 차입금 평균이자율이 8%를 상회한다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둘째는 가지치기를 잘해야 한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 시대엔 가지치기가 가장 중요한 혁신기법이다. 불황기에 접어들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가지치기를 한다. 무조건적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경비를 줄이고 매출목표를 낮춘다. 그러나 이런 무조건적인 구조조정은 최선의 가지치기가 아니다. 나무의 가지치기 기법을 자세히 살펴보라. 가지치기란 나무의 외형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가지를 더 키우기 위한 것이다. 영양분만 소비하는 나무기둥에 붙은 가지를 자르는 건 열매 달린 가지를 잘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가지를 친답시고 내년에 열매 달릴 가지까지 잘라버리는 기업엔 미래가 없다. 따라서 가지치기란 기업목표에 따라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가지를 칠 땐 △열매거두기 △키높이기 △이사가기 등 그 목적에 따라 기법을 달리해야 한다. 실제 '이사가기', 즉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이라면 나무기둥과 큰 가지를 제외하곤 잘라야 한다. 뿌리도 큰 뿌리는 잘라내야 한다. 그러나 뿌리만큼은 잔뿌리도 잘 거둬가야 한다. 잔뿌리가 있어야 이전한 토양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뿌리내리기를 잘해야 한다. 기업이 뿌리를 잘 내리려면 연구개발(R&D)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제R&D평가 심포지엄에서 존 해클랜드 노르웨이 국가연구위원회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R&D평가는 기업혁신을 얼마나 촉진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그의 말처럼 이젠 R&D에 어느 정도 투자를 하느냐가 기업혁신의 척도가 될 수 있다. 기업혁신은 나무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장차 열매를 풍부하게 맺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R&D 투자, 즉 뿌리를 풍부하게 하는 투자는 단시간안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기술개발에 치중하는 경영은 금방 인기를 얻기 어렵다. 그러나 이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기업은 미래를 얻게 된다. 넷째는 물을 잘 공급해야 한다. 나무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는다. 너무 적게 줘도 잎이 말라죽는다. 따라서 적당량의 수분 공급이 나무가꾸기의 열쇠다. 기업의 수분은 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공급받아야 할 수분에는 두가지가 있다. 직접금융과 간접금융이다. 직접금융이란 투자자금을 말하고 간접금융이란 대출자금을 말한다. 그런데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 두가지 수분가운데 대출자금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는 기업을 소유하려는 풍조가 강하기 때문이다. 간접금융을 많이 이용하다보면 부채비율이 높아져 크레디트가 떨어진다. 현재 이노비즈펀드 등 중소기업을 위한 갖가지 펀드들이 많다. 이를 이용하면 부채비율의 증가를 막을 수 있다. 나무에 물을 줄 때도 오염되지 않은 물을 줘야 싱싱하게 성장한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이같은 '나무 키우기' 기업혁신평가를 통해 업종별로 우수한 기업 11개사를 선정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