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공개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뜨겁다. 서울 강남의 경우 분양가 규제가 철폐되고 나서 아파트 분양가가 3배 가까이 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연간 물가상승률이 한자릿수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오른 셈이다. 분양가가 이런 식으로 계속 오른다면 정부가 아무리 투기억제 대책을 내놓아도 집값 안정은 어렵다. 따라서 무분별한 분양가 인상을 막기 위한 차선책으로 분양가 공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신규아파트 분양가 인상이 주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빚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주택건설업체들은 원가공개 요구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라며 분양가 공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건설교통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분양가가 많이 오른 것은 땅값 상승과 고급마감재 사용 외에도 시행사 시공사 분양대행사 등이 역할분담을 하는 탓이라고 변명한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다시 분양가를 규제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적지 않다. 입장이 난처해진 정부당국은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 건설업체들을 국세청에 통보하고 초과이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지만,이같은 땜질 처방으로 적당히 넘어갈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 현재 주택시장은 가격상승이 수급을 조정하는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실패' 현상을 보이고 있다. 거품이 아니라면 평당 1천3백만∼1천9백만원에 달하는 최근의 분양가 수준은 도저히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만큼,더이상 시장자율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과거에 상당한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는 분양가 규제로 되돌아 가기도 곤란하다. 따라서 집값 안정은 물론이고 소비자보호를 위한 정보공개 차원에서도 차선책으로 분양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주택건설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분양가를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어차피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엄포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만큼,주택공사가 시범적으로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주택공사는 국영기업체이긴 하지만 노임이나 자재비 같은 원가가 일반 주택건설업체들과 크게 달라야 할 이유가 없는 만큼 소비자들이 분양가 적정여부를 판단하는데 가이드라인 역할을 잘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주택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주택공사 수준에 맞추는 대신 부실시공을 해서 초과이득을 노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분양과열 현상을 빚고 있는 수도권에서부터 후분양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