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관회사인 한국주철관이 엔프라니를 인수할 때 경쟁 화장품 회사들은 철관회사가 화장품을 잘 만들 수 있겠느냐며 비아냥거렸습니다.하지만 인수 후 불황 속에서도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10% 늘어날 전망입니다. 복합문화공간(엔프라니 애비뉴)을 짓고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CJ(옛 제일제당) 화장품사업부에서 한국주철관으로 넘어간 ㈜엔프라니 김해관 사장(52)은 철관회사도 화장품사업을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인수 협상 당시 화장품사업과 무관한 인수자를 찾았다"면서 "경영 자율성을 보장받은 결과 오늘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엔프라니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시장조사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 결과 경제력이 있는 20대 중·후반 여성들은 30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하는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을 앞당겨 쓰거나 수입 화장품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것. 김 사장은 "20대 중·후반 여성의 이상형을 '세련된 유럽풍' 이미지로 설정한 뒤 일관되게 이 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신세대 모델 신애를 엔프라니 모델로 기용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었다. 자체 조사 결과 엔프라니는 호감도 측면에서 라네즈 라끄베르에 이어 3위(전문점 기준)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엔프라니를 의류·액세서리 사업을 통합하는 서구식 명품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 74년 삼성 공채로 입사한 뒤 28년간 CJ에서 근무해왔다. 식품사업본부장 생활화학본부장 등을 맡으면서 비트 햇반 쁘띠챌 등을 히트시키기도 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