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부동산대책 이후] 관망 끝낸 시장…갈수록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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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대책 발표 이후 보유세 강화 등 정부의 잇따른 추가대책 예고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갈수록 꽁꽁 얼어붙고 있다.
특히 실수요층이 옅은 지역을 중심으로 '1가구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호가가 떨어지고 있으나 매수세가 완전히 끊겨 거래는 실종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아파트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매물을 내놓는 '손절매'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으며 계약금을 날리고 계약을 해지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재건축 단지 거래 실종 속 하락폭 커져
서울 및 수도권 재건축 단지는 사실상 거래 중단 상태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과 가락시영,서초구 반포주공,강동구 고덕주공 등의 호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사자' 세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포주공3단지 에덴공인 김성일 사장은 "양도세와 보유세 강화 방침으로 인해 매물은 적잖게 나오지만 매수세가 없다"며 "가격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투자에 나섰던 일부 개미투자자들 중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손절매에 나서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18평형을 3억5천만원의 대출을 끼고 5억4천만원에 매입한 40대의 한 주부는 최근 5억원에 매물을 내놨다.
하지만 매수세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인근 아침공인 서문경이 사장은 "오늘 아침에도 이런 소액투자자들의 전화문의가 무려 10통에 달했다"며 "정부의 추가대책에 금리인상 분위기까지 겹쳐 대출을 끼고 투자에 나선 사람들의 불안심리가 크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광명 수원 일대 재건축 아파트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광명 하안동,철산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이 급격히 쌓여가면서 가격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기존아파트 매물도 한 중개업소에 1백20개가량 쌓일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광명시 하안동 신광공인 강의원 대표는 "매도자들이 아직까지 시장이 얼마나 빨리 얼어붙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매수 의향이 있는 투자자 대부분이 정부의 2차대책과 올 겨울을 지낸 후 투자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수원 영통동 일대 아파트도 비수기에 정부대책까지 겹쳐 1천∼2천만원까지 떨어진 매물이 늘고 있으나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시장은 중소형아파트와 주상복합 매물쌓여
소형 평형 중심으로 1가구 다주택 보유자의 물량 '털어내기'도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이빌 10평형대는 3천만원선이던 웃돈이 1천5백만원으로 떨어졌다.
분양권 웃돈이 없는 '무피' 매물도 눈에 띈다.
대치동 테헤란부동산 관계자는 "소형 주상복합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세금 중과 부담 때문에 물량 털기에 나섰다"며 "강남구 일대 30평형대 미만 주상복합 아파트와 분양권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목동과 상암지구 등 실수요층이 비교적 두터운 지역에서도 소형 평형 아파트와 비인기 주상복합 매물이 늘고 있다.
목동 양천공인 김영미 사장은 "기존 아파트의 경우 20평형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있다"며 "특히 주상복합은 호가를 크게 낮춘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동 트윈빌 주상복합은 일주일 새 5천만원가량 떨어진 4억5천만원대의 매물이 출현하고 있으나 매수세가 없어 추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투자·실수요층 두터운 지역은 버티기
서울 상암지구,분당,일산 등 투자층이 비교적 두텁거나 실수요층 위주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호가 하락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동요는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강북의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부상한 상암지구도 아직까지 매물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호가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분당도 매물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호가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분당 이매동의 현대공인 정효승 사장은 "분당은 투기 수요보다는 실수요층이 많아서인지 매물이 생각보다 적어 중개업소에서도 놀랄 정도"라며 "가격이 떨어져도 크게는 조정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심리"라고 말했다.
일산도 상승폭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만큼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역시 매수자가 없어 거래는 실종상태이나 호가를 크게 낮춘 매물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주엽역 인근의 코오롱동아아파트 32평형의 경우 매도호가가 3억2천만원대로 정부발표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주엽역 인근 고박사공인 장동식 대표는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데다 투기 수요도 거의 없어 아직까지는 매물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좀 더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전했다.
김형호·김진수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