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누가 샀나] KCC인가…김문희씨 우호세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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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사모펀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12.82%를 매집한 투자자는 과연 누구일까.
누구인지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지만 그가 사들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이 현대그룹 경영권의 향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라는 점에서 증권계는 물론 재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을 둘러싼 그동안의 정황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엘리베이터 최대주주인 김문희 여사측이거나 아니면 고 정몽헌 회장 사후 현대 계열사 주식을 매입한 KCC측일 공산이 크다.
물론 단순 매매차익을 겨냥한 제3의 투자자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는 매집 주체가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한BNP파리바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인 사모펀드의 수익자가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2백억원 이상의 거액을 들여 단기간에 주식을 살 사람은 정 명예회장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 명예회장의 한 측근은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반드시 정씨 가문이 지겨야한다는 게 정 명예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 명예회장은 적대적 M&A를 통해 현대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정 명예회장이 언제든지 현대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면 현재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정은씨측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자칫 감정싸움으로 이어져 전면적인 지분확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증권계는 정 명예회장측이 대리인을 내세워 엘리베이터 지분 12.82%를 사모았다면 현재 1대 주주인 김문희씨(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모친)를 위협할 정도의 주식을 이미 확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베이터에 대한 김문희씨의 지분은 18.6%이다.
현대그룹은 고 정몽헌 회장의 장모인 김문희 여사측이 대리인을 내세워 펀드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만약 추가로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 있었으면 직접 떳떳하게 샀을 것이란 설명이다.
현대측은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지분 매입이라기 보다는 단기간 높은 수익을 노린 투자 목적일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상영 명예회장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회피했다.
현대측은 사모펀드 수익자의 실체 및 의도 파악에 착수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호주주 확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간의 관측과 달리 투자 목적으로 제3의 투자자가 펀드를 통해 지분을 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엘리베이터 대주주의 지분에 비춰볼 때 경영권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이용했을 수 있다.
만약 이 투자자가 정상영 명예회장측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경영권 다툼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범 현대가에서 우호주주 역할을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했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제3의 인물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이라면 현대그룹의 경영권 향방은 더욱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