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극심한 노사분규가 외국인투자 유치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경제자유구역을 '노사 무분규 지대'로 선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KOTRA 외국인투자 옴부즈만인 김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주최로 5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세계화를 위한 다국적 기업의 역할'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최근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 기업의 노사분규도 늘어 외자 유치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경제자유구역을 노사 무분규 지대로 만들어 노사문제 때문에 한국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들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1년 20건에 불과했던 외투기업 사업장의 노사분규 건수가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30건으로 급증해 전체 노사분규 중 10.3%를 차지했다"며 "생산성 증가율을 웃도는 노조의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가 외국기업의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의 파업과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기업 유치 정책으로 많은 다국적기업이 한국 대신 중국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강호 KCMC 회장(한국그런포스펌프 사장)은 "중국 쑤저우에 펌프 생산공장이 있는데 얼마 전 중국 정부가 현재 공장의 두 배에 이르는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테니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며 "전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의 입장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중국과 각종 규제가 무성한 한국 중 어디를 선택할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정부 관계자들이 동북아 허브정책을 내걸고 해외에 투자유치단을 파견하고 있지만 별 실효를 못 거두고 있는 것 같다"며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는 세계 굴지의 다국적 회사들과 각국 상무관을 통해 유치활동을 펼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 오벌린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투자요건이 똑같을 경우 투자자들은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으로 갈 것"이라며 "이같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코스 고메스 주한EU상공회의소 회장도 "중국이 5년 이내에 한국 제품과 똑같은 질의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