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돈을 증권사들이 임의대로 운용하는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 LG투자 대우 동원 미래에셋 등 5개 증권사들이 지난달 22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판매잔액은 7백억원을 넘어섰다. 각 증권사 랩어카운트 영업 담당자들은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 2주간 성적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 고객의 80%가량은 신규 고객이고 나머지 20%는 기존 고객이 랩어카운트 계좌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27개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좌가 만들어졌으며 판매금액은 1백46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랩어카운트 가입을 위한 상담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주가가 단기에 급등하자 가입 타이밍을 늦추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주가가 조정받을 경우 신규 고객이 크게 증가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지난달 가입한 고객들은 이미 적지 않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들은 증권사 고객재산운용팀의 주식투자를 따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미 상당한 수익률을 내고 있어 이를 확정할지 아니면 좀더 운용할지 고민 중"이라며 "지수가 800선에 안착한다면 상당 규모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사들은 일임형 랩어카운트 영업을 확대,중장기적으로 투신사의 펀드상품과 경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객마다 별도 계좌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랩어카운트는 투신사 주식형 펀드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