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다시 은행권으로 흘러들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고,이렇게 마련된 자금이 가계와 중소기업의 대출자금으로 방출되는 양상이다.


특히 가계대출은 지난 10월중 4조2천억원이나 늘어 최근 1년래 가장 큰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실적배당상품을 취급하는 투자신탁회사나 은행 신탁부문에서는 돈이 빠져 나가는 추세다.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채권값 하락 전망)으로 채권형 펀드의 고객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의 본격 인상을 예상한 가계와 중소기업들의 대출수요가 왕성한 점에 비춰 금융시장에서도 어렴풋이나마 "회복 징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수신은 총 5백64조6백43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7조6천8백94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폭은 지난 1분기(1~3월)중 증가액(2조8천억원)보다 3배가량 많은 것이며 2분기(4~6월)의 4조9천억원에 비해서도 3조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반면 투신사 수신액은 지난 달 5천억원 감소했다.


초단기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만 1조6천억원 늘었을 뿐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등 모든 펀드의 수탁액은 전달에 비해 줄어 들었다.


은행 신탁에서도 지난달중 7천억원이 빠져 나갔다.


이처럼 은행권에 몰린 돈은 주로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자금으로 활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백49조1천3백46억원으로 9월에 비해 4조2천5백94억원이 늘어났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작년 10월(6조1천2백21억원) 이후 1년만에 처음이다.


월별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5월 3조3천억원을 고비로,6월과 7월에는 각각 2조7천억원과 2조3천억원을 줄었다가 8월과 9월에는 각각 3조2천억원씩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달 2조7천1백71억원으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역시 작년 10월의 3조8천79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안희욱 한은 통화운영팀 차장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우려한 고객들이 미리 담보대출을 끌어다 쓰는 바람에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했다"며 "부가세 납부 수요 등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증가한 것도 가계대출을 늘린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지난 한 달동안 1조8천억원 늘어 지난 8월(1조7천억원)과 9월(1조5천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커졌다.


기업대출도 지난달 2조6천억원 증가했다.


이중 중소기업 대출은 2조9천억원 늘어 여전히 수요가 왕성했으나 대기업대출은 오히려 3천억원 줄어 3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됐다.


채권시장에서는 단기자금을 장기자금으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장기물인 회사채는 11개월만에 순발행된 반면 단기물인 90일짜리 기업어음(CP)은 3천억원 순상환(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은 상태)됐다.


한편 10월 중 총유동성(M3) 증가율은 5%대 후반 수준으로 9월의 7.3%(잠정)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총유동성 증가율이 5%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0년 8월 이후 38개월만이다.


한은 관계자는 "투자.소비 위축으로 대기업들이 돈을 빌리지 않은 데다 9월 말 예보채 및 부실기금채 상환자금 12조7천억원이 인출되면서 유동성의 평균 잔액이 줄어 M3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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